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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작성자 허종
작성일 2016-01-11 (월) 17:45
ㆍ추천: 0  ㆍ조회: 372      
IP: 220.xxx.74
2016 지리산 천왕봉에서 해맞이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집을 나서다.
해마다 듣는 종소리지만 어째 오늘은 세월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새벽 3시 10분, 지리산 국립공원 입구에는 “2016년 안전의 시작은 해맞이 산행부터!” 라는 안내판 앞에서 산행 준비하는 모습이다.



같은 표지판으로 하산 후 찍은 것과 대조가 된다.


산행시작 40분 정도 되었을까? 공해 없는 새벽 산속의 하늘엔 맑고 깨끗한 달이 서쪽을 향하고 힘든 돌계단을 어렵사리 오른다.


칼 바위를 지나 출렁다리를 건너면 넓은 공간이 나온다. 여기서 왼쪽 길로 가면 장터목 대피소이고 나는 오른쪽 급경사의 오르막 길을 가쁜 숨소리와 함께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하산 길에서 찍은 칼바위 바로 위에 있는 출렁다리다.
개울 건너 넓은 공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다.



왼쪽 끝에 보이는 두 분은 장터목에서 하산하는 길이고 오른쪽 맨 위에 앉아 쉬시는 두 분은 법계사-천왕봉으로 가시는 분들이다.


천왕봉 4.1km, 법계사 2.1km, 출발지 중산리는 1.3km 이다.
새벽에 올랐던 곳인데 어두워서 사진을 못 찍고 하산 길에 촬영한 것이다.



8 한 시간 조금 넘게 올라온 곳이다.
깜깜한 밤이라 옆으로 눈길을 돌릴 필요도 없다.
그냥 묵묵히 코가 닿을듯한 가파른 경사길 돌계단을 참고 올라야 한다.
올라야 할 천왕봉 까지는 3km 나 남았다.



15여년 전에 집사람하고 지금과 똑 같은 코스의 천왕봉 일출 산행을 한적이 있었다.
그땐 너무 춥고 무서웠고, 배도 아파서 죽기 살기로 올라와 멈춘 곳이 지금 보는
새벽 4시 30분의 로타리 대피소 모습이다



로타리 대피소 바로 위에 있는 법계사 일주문이다.
법계사는 하늘아래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사찰이다.
설악산의 봉정암 보다 더 높은 고도 1700 가까이 있다.
알록달록한 등불이 줄에 매여 늘어 놓았는데 그 모습이 천국 같다.



법계사 일주문 앞에서 인증샷이다.


법계사에서 천왕봉까지는 그냥 벽을 오르는 것 같은 급경사 길이다.
위험한 바위길에는 로프가 설치되어 있고, 돌계단과 철게단이 없다면
오를 수 없을 만큼 가파른 오르막이다.
천왕봉 300미터 아래에 있는 천왕샘으로 남강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천왕샘에서 바라본 일출 직전의 광경이다.
주위가 아직은 어두워 사진에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육안으로 보면 신비스러운
풍광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바다 같은 산군들, 그리고 그 산군들이 뿜어 내는
냉기에 예술품같이 어우러진 상고대, 산군의 지평선 끝 부분에서는 새로운
역사를 잉태하는 마지막 힘겨운 작업이 화룡정점을 이룬다.



천왕샘에서 천왕봉까지 300m 마지막 오르막 철계단 이다.
벌써 천왕봉에는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다리는 쇳덩어리를 매단 듯 천근이 넘고, 10여 미터를 못 가서 멈추기를 반복하는
마지막 고통의 계단이다.



병신년 새해 아침 7시 31분, 이제 새로운 해가 서서히 떠 오르고 있다.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나는 소원을 빌지 않는다.


이미 올라오는 네 시간여, 수도 없이 그리고 간곡히 마음속으로
우리 한국 서바스가 잘 되기를 빌고 빌었기 때문이다.



옆 사람들은 두 손을 모아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진지한 기도를 올린다.


천왕봉에서 일출을 기다리던 관객들의 환호가 터진다.
“감사합니다” “우리 아들 잘되게 해 주십시오” “건강한 한 해가 되게 해 주십시오”
여기 저기서 웃음소리, 감격의 함성이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은 천하의 행복을
다 거머쥔 듯 행복 한다.



모이신 분들이 수백 명은 넘는 것 같다.
이제 해가 비추는 밝은 빛이 천왕봉 정상까지 퍼진다.



새해가 솟구치는 순간 나는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하느님! 어떻게 이런 장관을 연출 하실 수 있습니까?”
절규에 가까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하느님! 제가 이런 장관을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 두 마디 밖엔 아무 말도 못했다.



자연은 참 위대하다.
금방 솟아 오르는 새해 일출을 보는 내 뒤에는 서쪽으로 넘어가려는 달이 보인다.
가는 해와 오는 해를 한꺼번에 감상 하는 듯 하다.



이제 하산한다.
천왕봉에서 장터목으로 내려가는 장면인데 지리산 주능선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오른쪽 제일 높은 봉우리가 반야봉이다.
천왕봉과 반야봉이 음양으로 회자되며 거대한 “어머니의 산” 이라 불리 운다.



더 멀리 당기면 왼쪽이 남 덕유산 오른쪽 제일 높은 봉우리가
덕유산 향적봉으로 덕유산 주능선이 동서로 누어 자태를 뽐낸다.



여기는 통천문 – 위에서 내려오면 좁은 계곡의 터널이 있고
그 터널을 통해 아래로 내려 온다.



원래는 장터목에서 천왕봉 오르는 마지막 위험지역인데 하늘과 땅을
가른다는 뜻으로 통천문이라 한다. 여기를 통해야 하늘로 갈 수 있다는 “통천문” 이다.



8시 조금 지났는데 제석단에서 바라본 조금 전의 천왕봉에는 그 많던
등산객들은 다 내려가고 지금은 사람들이 뵈지 않는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이라는 제석단 주변의 구상나무….
지금은 죽어서 천 년을 살고 있는 중이다.



장터목 대피소의 아침 9시 모습이다.
사람들은 버너를 켜고 컵라면, 떡 라면을 끓여 먹는다.
나는 떡 두 덩어리로 한 개는 올라갈 때 새벽 4시반 로타리 산장에서 먹고,
여기서 나머지 한 개로 아침을 때운다.



겨울 산행, 야간 산행, 특히 지리산 천왕봉처럼 힘든 코스의 등산인지라
방한 외투도 2개, 스페치, 아이젠, 장갑 3개, 양말 3개, 방한 목도리, 후랫시 2개에
보온 밥통 (밤, 국, 반찬) 보온 물통까지 배낭이 평소보다 두 배나 더 무겁게 지고
왔는데 밥통은 열어 보지도 않고 대구까지 왔다.
떡 2개, 귤 2개, 자유시간 2개, 바나나 우유 1개에 물 한 통만 마시고 새벽 3시부터
오후 5시까지 견딘다.



여기는 유암폭포다.


유암폭포 바위 벽에 누군가가 병신년 원숭이 해를 맞아 눈 그림으로
“원숭이 아이콘”을 예쁘게 그려 놓았다.
장시간의 힘든 산행에서 쉬어가는 아이디어가 눈에 확 들어온다.



이제 거의 다 내려 온 것 같다. 여기서 사람들은 무겁게 신고 다닌 아이젠도
벗어 내고 하산길의 배낭도 정리한다.
사실 지리산을 육산 또는 어머니의 산 이라며 아주 부드러운 이미지를 붙여 주는데
보시다시피 입산 첫 걸음부터 밖으로 나올 때까지 모두가 바위 투성이다.
그 바위길 때문에 하산 끝까지 한시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칼바위


“통천길” 저 대문이 하늘로 들어가고 나가는 지리산 초입이다.
새벽 3시부터 12시까지 거의 9시간의 장거리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인증샷을 남긴다.
그리고 긴 여정의 마침표를 여기서 찍는다.

 





 
이름아이콘 길홍용
2016-01-13 13:00
회원사진
참으로 대단하 신년 해맞이 의식을 치르셨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이름아이콘 임채운
2016-01-13 15:35
회원사진
우와 ~~~~~ 참으로 멋지십니다....

대학때 완주하고 아직까지 마음만 가지고 있는 지리산을 마치 옆에서 보는 듯 합니다.
언제나처럼 건강하시고 즐거운 일 가득하시길 빕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름아이콘 강남희
2016-01-13 19:01
아름다운 사진 감사합니다.

서바스를 위한 사랑 또한 감사드려요~~!
지금처럼 늘~ 건강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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