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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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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재일 2010-03-01 (월) 21:08 추천:0 조회:846 59.xxx.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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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경작지 ·도로 그 밖의 빈터에서 자라며 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풀. 작물의 생장을 방해하고 병균과 벌레의 서식처 또는 번식처가 되고 작물의 종자에 섞일 때는 작물의 품질을 저하시킴. 목본(木本)식물까지를 포함. 백과사전에 등재 된 '잡초'에 대한 '풀이'다. 보름을 지낸 다음 날. 봄비를 즐기며 흠뻑 게으름에 빠졌다. 내 처지를 아는 사람이야 딱히 게으름에 빠질 이유가 있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내 나름대로 해야 할 일에 바쁜 사람이다. 옛 선비의 단아한 삶을 닮고자 자초한 생활이 아니던가. 그들의 삶이 결코 만만한 게 아니란 건 체험 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들이야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 했던 생활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청빈함, 목숨같이 여겼던 기개와 일관된 지조, 종교보다 강한 엄숙함과 그 안에 깃들인 여유와 소탈. 남에 대한 배려는 물론 추상같은 자기 제어. 눈에 띄게 설쳐대는 요즘의 왜소한 지식인들에게는 감히 넘보지 못 할 고차원의 삶이 그들의 생활이었음에. 질척거리는 길로 달이(개)를 데리고 나섰다. 지천에 내린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 옆 개울가의 시냇물 소리도 나를 가만 내버려 두질 않는다. 가만이 앉아서 그것들을 맞이하기엔 내가 너무 덜 떠 있었던 것이다. 길 섶에 아무렇게나 자라난 야초. 그것들의 이름은 '잡초'다. 경작지나 도로 밖, 아무곳에서 아무렇게 자라나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풀. 작물의 성장을 저해하거나 방해할 뿐 아니라 벌레의 서식처나 번식처가 된다는. 그리고 작물의 종자에 섞여 그 질을 떨어 뜨린다는. 참 별스런 해석이다. 문자가 갖는 권위. 정신분석가 [라캉]은 '기표(記表)'와 '기의(記意)'가 어떤 대응관계를 지니는 가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사유의 체계에 언어의 구조를 끌어 들였다. 이를테면 '작물'과 '잡초'는 똑 같은 풀임에도, 기표에 따른 언어의 구조에 의해 기의가 생겨 남으로서 그 구별을 다르게 짓는다는 내용. 그러니까, '잡초'란, 잡초란 이름으로 불리워 짐으로 해서 '잡초'가 되어 버린다는 뜻이다. 과연 '잡초'가 백과 사전에서 풀이 했듯 그렇게 쓸모없고 병균이나 벌레만 번식시키는 형편없는 풀일까? 여기서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함은 아마 인간을 기준으로 함이리라. 그래 인간. 그 인간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모두가 '잡 것'이 되어 버린다. 너무나 이기적인 인간중심주의. 인디언의 말 중에 '미타쿠예 오야신'이라는 게 있다. '우리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란 뜻이다. 왜 같은 인간이면서 우리는 인디언과 다를까. 왜 그들과 같은 심성을 우리들은 지니지 못하는 걸까. 왜?, 현대의 인간들은 자기 기준에 맞지 않으면 무조건 '잡 것'으로 만들어 버릴까. 왜? 난 갑자기 돌담장 앞에서 망부석처럼 굳어 졌다. 우산이 바람에 날리는 줄도 몰랐다. 세상에. 거기엔 꽃이라고 불릴 수도 없는 솜털같은 꽃망울이 이슬과 함께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금방이라도 피어 날 듯한 깨알보다 작은 꽃망울. 난 그 작디작은 꽃망울에 정신을 놓아 버렸던 것이다. 이름도 알 수 없다. 저 보잘것없는 야초(野草)에 누가 이름인들 붙였으랴. 그냥 하잘것없는 '잡초'에 불과 한 것을. 그러나 그것이 내게 준 경외감은 그게 아니었다. 이 세상 어느 꽃보다도 더 아름답고 청초한 모습이었다. 너무나 순박하고 소담한 그 모습에 심장조차 벌렁거릴 지경이었으니까. 목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찬 기를 느끼고서야 우산이 떨어진 줄 알았다. 저걸 뽑으라고? 사람들은 잔디에 섞인 '잡초'를 뽑아 줘야 된다고 했다. 어떤이들은 내가 할 일이 그런 거란다. "...시간 나면 도랑에 잡초나 뽑고...." 그러나 정작 내가 뽑을 잡초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것을 뽑아버리자니 이것은 이것대로 좋았고, 저것을 뽑아 버리자니 저것은 저것대로 좋았으니. 그래서 내 정원은 말그대로 풀밭이 되어 버렸다. 잔디랑 야초가 뒤섞여 자라는. 난 내 마당의 야초를 '잡초'라 부르지 않기로 했다. "자신이 세상에 의해 '보여 짐'을 의식할 때 주체는 분리되고 인간은 고립과 소외를 벗어나 진정한 무대위에 주인공으로 서게 된다." 라캉이 주장하는 '타자의식'이다. '타자의식'이 없는 시선은 사악한 것이다. 인간이란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임에, 어찌 이 숭고한 '타자의식'을 외면 할 수 있겠는가. 2010년 3월 초하루. 달의 날. 종일 비가 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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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jaHong
2010-03-0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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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교수님 안녕하세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서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삶과 생각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자신을 뒤돌아보게 됩니다. 저의 취미가 꽃밭가꾸기라서 공감되어져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습니다. 곧 시작될 봄의 향연을 가슴설레이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강교수님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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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일
2010-03-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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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홍미자 님 , 감사합니다. 홍 선생님! 어제는 뜰 이곳 저곳에 남천을 구해다 심었더니 한층 봄을 느끼게 해 주더군요. 물론 야초는 그대로 둔 채 말입니다. 봄 기운이라지만 그래도 아직은 차갑습니다. 건강 유의 하십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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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ung-sook,Lee
2010-03-0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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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교수님! 저에게 작은 밭이 하나 있습니다. 2년여 농사를 지었는데...시간날때 마다 작업했지만 무지무지하게 자라는 잡초와 전쟁을 벌였던 적이 있습니다. 한 3년 그냥 놔두었더니 야산이 되더군요. 설마 정원을 야산으로 만들지는 않겠지요.ㅎㅎ 마음속에 잡초자라는 것이 더 무섭지만 서도..ㅋㅋ 건강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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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일
2010-03-0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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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이흥숙 님 , ㅋㅋ, 내 맘 밭이야 이미 야산이 돼버렸지요. 노루도 꿩도, 심지어는 멧돼지까정 난동을 부리든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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