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나도 혼자 있을땐 가끔씩 랩을 부른다...

whowonpark

2010-03-12 (금) 16:12 추천:0 조회:809 121.xxx.240

한 3년 전, 땅을 4,000평(12,000 평방미터) 산 일이 있다.

마침 후배의 친구가 경매사 업을 하는데, 그 친구의 말이 땅처럼 진실한 건 없다는 거였다.

그래서 어디 아주 싼 땅이 있으면 조그만 거 하나 알아봐 달라고 했더니, 영덕군 어디에 땅이 났는데
가보나 마나 내게 아주 적합하다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땅은 구경해 보지도 않은채 처음 경매라는 걸 해 보게 됐다.
집도 없는 처지에 땅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 경매사 친구의 말이, 만일 어떤 경매 물건을 꼭 잡으려면, 예를 들어 1,000만원 정도라고 생각되는
물건이 있다면 경매가격을 1,100 만원을 써 넣어야 한단다.

그런데 남들도 그런 생각으로 입찰가를 써 넣을 것이니, 나는 그보다 좀 더 많은 1,110 만원을
써 넣어야 한다나...그런데 만일 다른 입찰자도 또 다시 물건을 자신이 꼭 차지하기 위해서는 1,111 만원을 써 넣지 않겠느냐...

그러면 이번에는 나는 다시 1,111만 1,000 원...으로 가격을 써 넣어야 하고...이런 문제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 나는 경매가격을 아예 쑥 올려 1,120 만원을 써 넣었었고, 결국은 경쟁입찰에서 이겨 그 땅의 주인이 됐다.

경매장은 좀 엄숙한 분위기였고 판사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는 영덕군 어디 어디 뭐라고 하더니 그 땅이 내거라는 선언을 했다.
나는 이상한 흥분에 사로잡혔었다.
아, 드디어 세상 어딘가에 내 소유의 땅이 생기는구나...
아, 나도 이제는 프로레타리아 계급에서 신분상승을 해 지주(地主)가 되는구나...

그 며칠후 나는 그 경매사와 함께, 이제는 내가 주인이 된 땅을 현장방문했다.
내 땅을 실컷 밟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내가 처음 본 내 땅은 내 상상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내 땅은, 마치 길죽한 고구마를 반으로 갈라 엎어놓은 것 같은 형태에서. 그 중간 부위에 해당하는 위치였다.
즉, 평지에서 밋밋하게 올라가는 야산의 시작부분이나 차라리 뒷쪽으로 끝나는 부분이 아니라, 산의 한 꼭대기 중간 부분이었다.

우리는 산 옆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간신히 올라갔는데 내 소유로 짐작되는 산의 중간 부분에서는 산으로 올라가는 길조차 없었고 경사가 너무 심해 도저히 올라갈 수 조차 없었다.
그냥 잡목이 우거진 것만 보일 뿐...

그래서 나는 내 소유의 땅을 밟아보자도 못한채 멍하니 바라만 보다가 돌아왔다.

그 후로 나는 내 땅을 다시 가 보지는 못했다.

다만 영덕군 어딘가에 내 땅이 있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을 뿐...

그런데 사실 그 땅은 친구와 셋이 공동으로 산 것이니, 엄밀하게 말해서 내 소유는 그 3분지 1 인 4,000 평방미터(1,300평) 뿐인 셈이다.

그로부터 한 일년 쯤 후, 나는 통지서 한 통을 받았다.
재산세(토지세) 5,770 원을 납부하라는 고지서였다.
아울러 그 토지의 공시지가가 1 평방미터당 260원이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그 땅의 위치가, 영덕에서 조금만 더 북쪽으로 올라가 고래불 해수욕장이 저만큼 7번 국도를 너머
보이는 곳, 경북 영덕군 영덕읍 병곡면 영리 산 194의 3번지, 말 그대로 "산" 이다.

그래도 난 그 그 고지서가 반가웠다.
이 고지서만이 내가 그래도 그 땅의 주인이라는 걸 증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문제는 내 땅의 주소가 잘 외워지질 않는거였다.
그래서 나는 혼자 있을 때면 가끔씩 내 땅 주소를 잊어먹지 않기 위해 이런 랩을 지어 부르곤 한다.

"내~~~♬ 게도 땅이 있어!!!! ♪ 이래뵈도 난 토지세 오천칠백칠십원 내는 사람...경상북도 영덕군 영덕읍 병곡면 영리 산
백 구십사의 삼번지... !!! 그 땅이 전부 내껀 아냐..하지만 난 지주... 내 땅엔 나무도 많아...
난 그 나무 이름도 모르지만, 그 나무들도 내꺼!!! 난 ...토지세 내는 사람...♩
경상북도 영덕군 영덕읍 병곡면 영리 산 백 구십사의 삼번지...삼번지...."

강재일 2010-03-12 19:01	zz 행복하시겠습니다.ㅋㅋ 제가 바다가 보이는 땅 5,000푱 정도 싼 값에 알아봐 줄 수 있는데... 이번 대박 터트리거들랑 그 랩 송 가사 좀 바꿔 보시죠. ㅋㅋ

노대영 2010-03-12 21:27	해이!! 요 !! 체킷아웃 오천칠백칠십원님 님의글을 읽으며 사람이 행복해질수있는 가장쉬운방법을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KWON-nayeun 2010-03-13 09:20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삼백리... 독도는 우리 따앙 ~~ ㅋ

Heung-sook,Lee 2010-03-13 10:42	ㅋㅋ 저만 그런줄 알았는데.. 후원님도 그려셨단.ㅎㅎ 저는 자산관리공사에서 나온 남해 임야 3만평중 1/4지분을 10년전에 입찰을 본적이 있습니다. 현장사진, 감정평가서를 보고 샀는데...산에 등고선을 확인하지 않고 매입, 낙찰후 현장을 가보니 중턱입디다.. 은퇴해서 토굴이나 파고, 염소나 키우면서 지낼까 하고 생각합니다. 밭과 달리 잡초걱정 안해서 좋긴합니다만..ㅎㅎ 남해군수 발행..재산세1년 7600원..산중턱, 소나무가 자라는 곳..저도 랩 작사 한곡 부탁드립니다. ㅎㅎ

허종 2010-03-13 12:26	우즈는 바람피고 랩 부르고...... 박 지부장님은 땅사고 랩 부르구.......

sungkilKIM 2010-03-14 10:31	일요일 아침부터 엔돌핀이 송송송............ 크게 웃어봅니다. 세상사 이렇게 굴굴러 갑니다. 영덕군 병곡면 과 남해 중턱에 땅 구경하러 가야겠읍니다. 재산세 10,000원 안되는 땅이 어떤 땅이지 궁금하네요............... 상속 1순위는 병곡면땅 과 남해땅이네요. ...........

Dongwhan,Song 2010-03-15 11:03	추카 추카!!! 땅의 1/3이 내 소유니, 돈도 1/3 그러니까,,, 약 374만 원 정도 지불 했겠군요. 요즘 그 만한 돈으로 프로레타리아 계급에서 신분상승 하셨으니,,,,,, 추카할 일 맞지요?

whowonpark 2010-03-15 11:39	《Re》송동환 님 , 회장님, 옳으신 말씀입니다.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지주가 됐으니, 돈 좀 더 쓰면 영주도 되고...나아가 군주까지...ㅎㅎㅎ...추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whowonpark 2010-03-15 11:42	《Re》강재일 님 , 네...이번에 대박 터뜨리면 꼭 제가 <달맞이꽃밭> 하나 할 땅 좀 사주십시오...이번에도 가능하면 싼걸로..ㅎㅎㅎㅎㅎ 반갑습니다.

whowonpark 2010-03-15 11:44	《Re》이흥숙 님 , 그래도 저보다 재산세를 더 많이 내시니 저보다는 땅부자?...ㅋㅋㅋ 언젠가 저희들이 은퇴한 후엔 산골짝에서 서바스 총회를...ㅋㅋㅋㅋ

SungreiKim 2010-03-15 15:56	후원님 부럽삼^^* 공중에 부웅 떠서 사는 사람으로선 어디 산자락에라도 비빌 땅이 있다는 게 엄청 위로가 되지요 근데 그 위치가 좋은 거 같으네요~~ 윗지방이고...흐음...

whowonpark 2010-03-16 14:05	《Re》김성례 님 , ㅋㅋㅋㅋ. 그렇게 떠서 지내시다 내려앉을 곳이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경상북도 영덕군 영덕읍 병곡면 영리....에 얼마든지 자리를 내드릴게요... 반갑습니다...ㅎㅎㅎ

eunkooLee 2010-03-19 16:27	제가 아는 한사람도 가보지 않고 강원도 어디에 땅을 조금 삿는데 몇년후 시간을 내 가서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자일이 있느냐, 좀더 시간이 지나면 보실 수 있을것이라는등 이상한 소리를 하더래요. 무슨 소리인가 하고 자세히 물어보니 그 땅은 하루에 한번씩 썰물때만 나타나는 산이라서 그렇다고 하더래요. 그리고 자일은 있어야 올라갈 정도로 험한 산이였대요. 실제로 제가 땅 임자에게서 들은 이야기 입니다. 지부장님은 그분에 비하면 잘 고르신 편이네요. 아마 내가 들었던 그때는 랩이 들어오기 훨씬 전이라서 그사람은 지부장님처럼 부르지는 못했을꺼예요. 그땅이 언젠가는 효도할 수 있을것 같아요. 특별 찬양받는 땅이니까.

whowonpark 2010-03-22 17:41	《Re》이은구 님 , 제 땅에 이렇듯 관심을 가져 주시니 고맙습니다. 언젠가 제 땅이 유용하게 쓰이게 되는 날 이선생님의 그 깊은 축복의 뜻에 감사드리겠습니다. 반갑습니다.

whowonpark 2010-03-25 12:05	《Re》권나연 님 , ㅎㅎㅎ....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삼백리...이것도 권나연님의 주소 기억을 위한 랩인가요? ...ㅋㅋㅋ 부럽습니다....그 땅이 권나연님 소유인줄 몰랐습니다....

MijaHong 2010-04-01 16:17	지부장 직무유기죄로 고소당해도 싸게 정말 오랫만에 들어와 보니 그동안 경사를 비롯 많은 일들이 있었더군요, 나름대로 죄송한마음으로 댓글을 남기고 나가려다 배꼽떨어뜨릴뻔 했습니다. 이렇게 마음껏 크게 소리내서 한동안 웃고있노라니 책상아래서 자고 있던 고양이가 놀라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보네요. 하여간 모두들 뛰어나신 유머감각과 넉넉한 마음들 높이 사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