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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언당 주(主)의 개똥 철학... 3

강재일 2010-07-22 (목) 19:10 추천:0 조회:687 59.xxx.228

지난 20세기의 진보적 사상가 중에는 프랑스가 배출한 걸출한 인물이 두 명이나 있다.
파리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할 대상으로 지식인을 꼽았던 [장 폴. 사르트르]와, 농촌의 소 부르주아 출신으로서 사회의 구석진 곳을 촘촘히 살펴 구체적으로 소외받는 약자들의 권익을 보호해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 지식인들이 해야 할 임무라고 주장 하였던 [피에르 부르디외].

노벨문학상을 거부하여 더욱 유명 해 진 [장 폴 사르트르]는 노벨 평화상을 받은 '슈바이쳐'의 5촌 조카(어머니와 4촌)이기도 하거니와 태어남 자체가 이미 축복일만큼 다복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귀족 가문의 후손이었다.
하지만 부르디외는 달랐다.
전통적 서민 가정에서 태어나,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개천에서 용난 격'이다.
아무튼 그런 게 중요 한 게 아니다.
프랑스의 정신적 지주였던 그들의 사회적 이론과 현실의 비교 정치학을 잠시 짚어 보자.
무신론적 실존주의자였던 사르트르가 인간 개개인의 행동거지를 설명하는데는 과거의 기억이나 관습 따위는 필요 없다고 주장한 반면, 철학의 흐름 자체를 변증법 적으로 종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부르디외는 인간 개개인의 행동 자체는 엄격한 합리성과 계산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일정한 기억과 습관, 그리고 사회적 전통의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참고로 구조주의 철학자였던 [레비 스트로스]역시 개인들의 행동은 사회적 규범과 규칙에 따른 것이며 전혀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부족간의 결혼 제도나 물물교환에도 이러한 집단적 행위를 뒷 받침 할 일정한 규칙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당연히 지식인이라면 보다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문제에 천착해야 함이 맞다.
학문의 임무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진리를 추구함이니까.
그러나 아무리 진리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적 불평등이나 모순을 들춰 내고, 그것을 통한 사회적 현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랴.
그래서 부르디외는 외친다.
'학문의 임무야 말로 현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투쟁의 무기'라고.
알고 보면 이것은 꼭 그만의 독자적 주장은 아니었다.
그 당시 프랑스의 마르크시즘을 이끌던 '알튀세'의 영향을 받은 '푸코'나 '데리다', 그리고 '리오따르'같은 이들이 모두 같은 부류다.

얘기가 빗나갔다.
애당초 이런 영양가 없는 애기를 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달이의 산모식(食) 메뉴 얘길 하고자 함이었는데.

대구 어탕이다, 닭 도리탕이다, 우유를 넣고 끓인 죽에 닭고기로 만든 알갱이 사료를 풀어 넣은 영양죽이다 등등, 벼리 별 법석을 떨다가 대수롭잖게 해결책을 얻게 되었다.
동민이네 피시방 아르바이트 생으로부터 자기네 강아지에게 해 줬던 음식을 소개 받은 것이다.
굳이 음식이랄 것도 없었다.
예전에 먹이던 사료에다 날 계란을 섞어 주면 된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간단한 방법을..............
아내가 고맙다.

날 계란 비빔밥.
그건 원래 우리 가족의 메인 메뉴다.
내가 어렸던 시절.
난 꼭 아버지 밥상 머리에서 날 계란에 비벼 진 노오란 쌀밥을 간장 종지에 받아 먹곤 했었다.
시골에서 면장을 지낸 할아버지 덕분에 나의 유년은 다소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난 요즘도 가끔 하얀 쌀밥에다 날 계란을 묻곤 한다.
간장이나 참기름을 넣지 않고서도 그 구수한 맛은 그대로다.
그런데.
그 날 계란에 밥 비벼 먹는 식성을 달이가 닮은 것이다.
보통 강아지들은 계란 특유의 비린내 때문에 참치 캔을 섞어 준다고 하던데.
정말 가족은 가족인 걸까?
식성까지 닮았으니.

이젠 한시름 놓았다.
아내가 내 식단 걱정하는 거나, 내가 달이 밥 걱정 하는 거나.
아무렴 계란 한 판이면 우리 원언당 식사는 그런대로 해결 될 판이다.

머리 아프게 변증법을 들고 나서지 않아도 부르디외 교수의 판정승이 분명 하다.
사람이든 강아지든,
개개의 행동 자체는 엄격한 합리성과 계산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일정한 기억과 습관, 그리고 사회적 전통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 말이 맞아 떨어 졌으니까.
그래서 달이는 원언당 가족의 정식 멤버임이 틀림 없다는 결론이 도출 된다.

참 그러고 보니 사르트르 역시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와 민족을 저당 잡히면서까지 타 내고자 했던 그 커다란 상(賞)을 의연하게 뿌리 칠 수 있는 배짱의 주인공임에.
역시 '노블리스 오블리제'다.
싸르트르 만세!

2010년 7월 22일 나무의 날

*어제는 창원에서 저녁을 먹었다.
[고향에 봄]이란 한정식 집에서.
서영교의 얼굴이 무척 수척 해 보였다.
하루 속히 정상을 되 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