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내가 가고자 한 곳이 쪽지벌 쪽이어서 반가웠다.

이렇듯 예쁜 안내판은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일까.

나무판에 써 놓은 글이 가로등 불빛을 받고 있어 운치가 그만이다.
 
 아래 사진은 우포늪 안쪽에 있는 쪽지벌로 향하는 길이다.
 
 

 
 
 
 
물론 들어가는 길목에는 가로등이 하나도 없어 오늘같이 흐린 날에는 차에서 라이트를 비추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길을 따라 한 3km 쯤을 가면 쪽지벌이 나온다.
쪽지벌이란, 여러개의 늪 중 가장 작은 늪을 말한다. 말 그대로 작아서 쪽지벌이라고 한단다.
 
쪽지벌 가는 길 한켠에 외롭게 피어있는 달맞이꽃의 모습.
달맞이꽃 씨에서 추출되는 달맞이꽃 종자유는 원래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요즘은 달맞이꽃 자체도 몸에 좋다는 말에 사람들은 달맞이꽃을 잘라 간다.
 
사람들 몸에 좋다는 이유로 잘려나가는 달맞이꽃...그래서 요즈음은 꽃들도 죄인처럼 숨어서 피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달맞이꽃도 내게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지 말아달라고 간청하고 있는듯 했다.
 
 
 

 밤에 피는 꽃...설 자리가 없어 길섶에 피는 꽃...
....마치 간통하다 쫒겨난 여인같이 보여 애처로운 달맞이꽃의 모습...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꽃...ㅎㅎㅎ
 
...더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다시 비가 오기 시작했다.
요즘은 비가 와서 위험하니까 우포늪 안쪽으로는 혼자 들어가지 말라던 송미령님의 말이 생각났다.
그러나 이렇게 이미 들어와 버린 걸 어떻게 하나.....
이 사진은 차 안에서 옆면 길섶쪽을 찍은 것이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 손이 떨린 건 아닐까.
다시 귀신이라도 나올듯한 침침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정말 귀신이라도 나온다면 치마입은 귀신이기를...ㅋㅋㅋ
 이 길에서 제법 큰 고라니와 새끼 너구리를 몇 번 본 일이 있기는 하다.
 

아래 사진은 쪽지벌 부근에서 우포늪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이다.

우포늪은 그냥 까만 색이었다.

나는 밤에 혼자 가끔 이 쪽지벌 옆 작은 공터에 와 멍하니 늪을 바라본다.

그래서 이곳이 내 "멍포인트 3" 지역이다.

고독마저도 자급자족하는 사람들이 찾는 곳...

우포늪은 거기에 1억 4천만 년 전 이래로 전해오는 원시고독을 더해서 얹어준다.

거기 그냥 까만 늪이 있고, 가끔씩  그 늪을 찾는 사람이 있고, 가끔은 이곳에서 밤잠을 설치는 이름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 오는 곳, 하지만 맑은 날에는 이곳이야 말로 별을 보기엔 가장 좋은 곳이다.

밤이면 별들은 이곳에서 조용히 땅에 내려와 앉는다.

마치 가족 피크닉을 온 듯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이 정겨운 거기 어린왕자의 소유인 M612 소혹성도 있고 너의 별, 내 별, 나와 35 년 전 사귀었던, 지금은 그냥 내 가슴속에서만 젊은 아가씨의 별도 있으리라.

그러나 오늘은 가랑비만 내리고 있을 뿐...

 쪽지벌에서 돌아오는 길...비가 오고 있다.

차창이 젖어온다.

이 사진을 찍을 무렵  막 밤 12시를 넘어 29일이 됐다.

낙동강을 따라 난 길...아래 사진은 우포에서 대구로 돌아오는 길, 낙동강을 따라 오면서

찍은 사진이다.

멀리 낙동강을 건너는 다리를 따라 이어진 희미한

불빛이 보인다.

난 저 다리를 건너가 보았던가?

돌아오는 길에 멀리 마주 오는 차량의 불빛이 반갑다.

나는 집에 가는 길인데 저 사람은 이 시간에 어디를 가는 걸까?

저 사람도 집에 가는걸까?

저 사람도 나처럼 헤매고 있는 걸까?

 

 
 
갑자기 가랑비처럼 아무런 소리도 없이 다가오는 황량함이 어깨를 누른다.

누구는 그걸 외로움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그걸 안 사람이 있다니...세상에는 외로운 사람이 많구나.....

우포늪을 따라 이어지던 1080번 지방도도 끝나고, 이제 나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대구에 간다면 말이다.

바로 이방 파출소 앞이다.

나는  오른쪽으로 돌지 않고 그대로 직진했다.

거기 이방초등학교가 있다.

교문은 열려 있었고 운동장은 질퍽했다.

그 끝에 "산토끼 노래비"가 작게, 조용히 서 있었다.

오래 전, 이곳 초등학교에 근무하시던 선생님이 지으셨다는 노래,

그래서 이 초등학교엔 노래비와 함께 산토정(山兎亭)이라는 정자도 있다.

옆에 있는 산토끼의 형상이 나를 반겼다.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산토끼 노래비

나를 반겨준 산토끼

"토끼야, 네가 여기 있었구나!!!"

그 뛰어 다니던 토끼가 여기에 있다니...

그 산토끼의 형상이 너무 반가웠다.

이제 나는 집에 갈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