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바르게 압시다.

어제(12일)는 한일전 축구경기가 있었습니다.

영원한 라이벌답게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경기

였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이 빠진 한국팀의 경기가 더

답답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무엇이든지 반드시 이기고 싶은 나라~

그래서 우리 축구가 남아공 월드컵 한일평가전에서 두 번

이나 이겼을 때나 U-17여자축구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

하였을 때도 국민 모두가 하나같이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축구뿐만 아니라, 야구에서도 골프에서도 동계올림픽에서도

우리는 일본에 이겼습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이 자신감을 갖는 것을 어찌 나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일본에게 스포츠에서 계속이기고 있으니 그들을

우습게보고 우쭐대기만 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봅니다.

얼마 전 어느 신문은 우리 국민인식조사결과, '2-3년이면

우리가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사를 보도

한바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2-3년 내에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을

까요?

지난 6일 일본이 두 사람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

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과학 분야에서 벌써 15번째이고 문학상까지 합치면 18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낸 것이 된다고 합니다.

반면에 우리는 평화상 하나 뿐입니다.

그것도 돈을 주고 샀느니 어쨌느니 하는 정치적 반대자들의

딴지가 요란해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고은 시인이 문학상 수상에서 탈락하자 이를

환영한다는 정신 나간 네티즌의 글도 인터넷에 올라와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국력과 국가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과학 분야는

하나도 없는 형편입니다.

어느 신문은 한국과 일본의 과학수준을 15:0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축구에서 1:0이라도 지고 나면 기분 나빠 펄펄뛰면서도

그보다 몇 배 더 중요한 과학기술분야에서 15:0이 되어도

어느 누구 하나 이를 문제 삼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도 잘 보이지 않는 실정입니다.

과학계도 전혀 창피해 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도대체 왜 15:0이 되었는지, 대책은 또 무엇인지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고민도 없어 보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여기서 잠시 일본의 우주항공기술은 살펴보겠습니다.

그들의 우주탐사선 '하야부사'는 화성과 지구 사이의

소행성에 착륙하여 샘플을 채취한 다음 그것을 일본

과학자들에게 가져다 준 수준에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엔진고장, 통신두절 등의 절망상태를 극복하고,

예정보다 3년 늦게 7년이란 세월, 60억km의 우주항해를

거쳐서 말입니다.(관련 기사 하단 첨부)

그런데 우리의 우주항공과학기술 수준은 어떻습니까?

아시다시피 아직 정지괘도 인공위성도 못 쏘아 올리는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입니다.

그것도 발사체는 러시아에 수천억 원의 돈을 주고 사

와서도 말입니다.

또한 우리의 국방과학기술과 군사력은 어떻습니까?

K1전차의 포신이 쪼개지고, K21장갑차가 물에 잠기고,

K11소총은 불량률이 많고, 고속함은 계획대로 달리지도

못하는 수준이라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일본은 자체 제작한 포와 비행기와 항공모함으로

70년 전에 세계전쟁을 치루기까지 했습니다.

최근 "2006년 우리 해양연구원의 독도조사를 둘러싸고

총격전이 벌어질 뻔 했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그러다가

만약 전쟁이라도 벌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과연 우리는 우리 힘으로 독도를 지킬 수나 있을 것인지

그것마저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우리의 산업 경쟁력은 또 어떻습니까?

우리는 TV, 냉장고, 반도체, 조선 등 제법 많은 산업분야

에서 일본을 앞질렀다고 합니다.

전자제품, 자동차, 선박 등 수많은 공산품의 수출이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핵심부품은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음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대일무역수지를 개선하려 해도 부가가치가 높은

공산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핵심부품을 수입하지 않을 수

없는 산업구조에 있는 형편인 것입니다.

엔화 가치가 아무리 올라가도 사오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재

우리 경제구조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축구에서 지지않고, 야구에서 이겼으니 기뻐해야

겠지만 일본을 가볍게 보아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골프 더 잘 친다고, 스케이트 더 잘 탄다고 일본을 우습게

보려는 경향도 있습니다.

일본의 주부들이 욘사마를 보러 한국에 온다고, 소녀시대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일본군중이 모인다고 이제 일본을 한 수

아래인 듯 착각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TV, 냉장고, 반도체, 선박 수출 많이 한다고 일본을 만만

하게 보아서도 안 될 것입니다.

이런저런 현실을 아는 일본의 지성들이 어쩜 속으로 우리를

비웃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보들~"이라고 하면서요~

그렇다면 일본을 영원히 따라잡을 수는 없는 것일까요?

중국은 청일전쟁에서 패한지 115년 만에 센카쿠열도

(댜오위다오)분쟁에서 일본의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중국이 어떻게 다시 일어나 반전시킬 수 있었을까요?

중국은 등소평의 "실력을 감추고 힘을 기른다"는 개혁개방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온지 30년 만에 감추었던 힘을 발휘

하게 되었습니다.

남미의 '문제아' 브라질은 룰라대통령의 8년 집권동안에

세계 8위의 경제대국이 되어 UN상임이사국을 넘보고

있습니다.

중국과 브라질이 주는 교훈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지도자가 훌륭도 해야겠지만, 국가적인 역량의 결집이

아주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50년 만에 경제 15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모든

국민이 '하면 된다'는 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본인 앞에 우리가 진정 당당해지려면, 우리는 지금 정신

바짝 차려야한다고 봅니다. 조그만 성취에 우쭐대서는 안

될 것이며 안에서 우리끼리 싸우며 허송세월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지역으로, 이념으로, 세대로, 계층으로 나뉘어 서로를

향해 사리사욕이나 탐욕만을 부려서도 안 될 것입니다.

어디 일본뿐이겠습니까? 중국도 동북공정이다 뭐다 하며

호시탐탐 우리의 약점을 노리고 있지 않습니까?

여기에 북한의 막무가내식 위협도 늘 골칫거리로 작용

하는 현실에 있습니다.

어제(12일) 축구 한일전에서 비겼다고 아쉬워하기보다

일본에 대해 더 냉철하게 파악하고 또 제대로 아는 것이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우주를 향한 원대한 꿈을 펼쳐나가려는 이웃나라 일본~

그런데 아직도 땅 속으로의 삽질에 열중인 우리의 현실

에서 슬피우는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만 허송세월의

흐름을 더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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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우주항공기술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사가

있어 첨부합니다.

행성탐사·지구귀환…

세계 최초 성공, 일본인들이 열광한 더 큰 이유는~

일본 국민들은 최근 자국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가

세계 최초로 소행성 탐사와 지구 귀환에 성공한 것에 열광

하고 있다. 송골매란 뜻의 '하야부사'는 일본 '우주항공연구

개발기구(JAXA)'가 지난 2003년 태양계 아폴로군의 소행성

'이토가와'의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쏘아 올린 최초의 소행성

탐사선이다.

'하야부사'는 2005년 이토가와 표면에 착륙 샘플채집에 성공

했다. 그러나 엔진고장과 통신두절 등으로 우주공간을 떠돌다

7년만에야 지구로 귀환, 샘플이 든 캡슐을 호주의 한 사막에

떨어뜨린 뒤 대기권에서 불타 사라졌다.

일본 언론들은 "하야부사가 그냥 돌아온 것이 아니라, 침체와

실의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다"고 했다. 일본인들이 이토록 하야부사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하야부사는 일본의 과학기술력을 전 세계에 과시한 빅 이벤트

였다. 소행성에 착륙해 샘플을 채취한 것이나, 다시 지구로

귀환에 성공한 것이나 모두 세계 최초였다. 소행성에 대해선

미국도 근접 사진 촬영밖에 하지 못했다. 하야부사가 가져온

샘플은 태양계 탄생을 해명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데 일본인들이 열광하는 더 큰 이유는 딴 데 있다.

그들은 하야부사의 임무 수행 과정에서 보여준 과학자들의

끈기와 한 기업의 열정에 더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하야부사는 지구 귀환 과정에서 모든 엔진이 멈추고 통신이

완전 두절되면서 우주미아가 될 뻔했다. 그러나 JAXA

과학자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넓은 우주공간을 샅샅이

뒤져서 하야부사의 미미한 신호를 찾아냈다.

또 꺼진 4개의 엔진을 재조합해 다시 살려내는 데도 성공

했다. 더욱 주목받은 것은 샘플 보존을 위한 핵심 기술인

단열재를 만들어낸 중공업 기업 IHI였다. 일반적으로 캡슐이

하야부사로부터 분리돼 대기권에 돌입할 때 캡슐 표면온도는

섭씨 3000도까지 올라간다.

엄청난 열을 견딜 수 있는 캡슐을 만드는 것이 성공의 관건

이었다. 특수 단열재 개발은 본래 닛산자동차가 맡고 있었다.

그러나 1999년 닛산이 대대적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우주

항공 사업부문을 매각하려 했다. 핵심 기술자들은 미 우주

항공국(NASA)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 등 흔들렸다.

이때 IHI는 "국가사업의 핵심 기술자들이 해외로 유출돼선

안 된다"며 이 사업부문을 306억 엔에 전격 인수했다.

연구인력 등 900명도 전원 고용 승계했다. 3년의 연구 끝에

IHI는 최고급 단열재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닛산은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핵심기술 사업을 매각

했지만, IHI는 그 기술의 가치에 주목했다. 눈앞의 이익만

보지 않고 큰 시각으로 판단,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기업 브랜드 가치를 얻게 됐다.

하야부사가 우리 기업들에도 던져주는 시사점은 이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