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우울증

강재일 2010-12-01 (수) 18:25 추천:0 조회:803 59.xxx.137

제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지도자 윈스턴 처칠을 두고 시대가 낳은 영웅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대가 낳은 영웅이 오히려 시대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처칠은 사납고 고집스런 불독에 비유되는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생김새가 불독처럼 생겨서가 아니라, 그가 지닌 불굴의 용기와 탁월한 리더쉽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만약 그가 영국민을 하나로 결집시키지 못했다면 우리는 오늘날 지금과 다른 세상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도 가끔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래서 처칠이 겪는 의기소침의 심리적 상태를 묘사 할 때 'Black dog'라 한다.
개는 일반적으로 비열하거나 천하거나 하잘것 없는 것을 표현할 때 자주 인용되는 단어다.
걸핏하면 본질과 어긋난 무엇은 그냥 '개~'으로 칭하면 모두가 통하니까.

"늙은 개에게는 새 재주를 가르칠 수 없다"는 격언이 있다.
개 역시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타성에 젖기 쉽다는 의미다.
똘이를 양봉원에 주고 온 뒤로 달이의 행동이 심상찮다.
간혹 밤중에 불면증 환자처럼 묘한 신음 소리를 내면서 내 잠을 방해 하는 것이다.
아마도 곁에서 사라진 똘이를 찾는 행동이리라.
그 전에는 똘이의 변 시중만 들면 되었는데 이젠 마음 고생까지 해야 하니 그것도 고통이다.
나의 조그만 몸짓 하나에도 꼬리를 치면서 엉덩이를 흔들던 애교가 사라졌다.
잠시 잠시 먼 곳을 바라기 하는 시선에서 그만의 고독이 느껴진다.
불러도 별다른 호응이 없다.
우울증의 초기 증세임이 분명하다.

그러던 달이가 지난 밤에는 또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
하늘엔 별이 무수했다.
온 세상 별이 모두 사계하늘로 모여 든 듯.
잠을 자다 나온 참이라 바지를 입지 않은 알 다리 사이로 쏴한 공기가 파고든다.
그래도 그런 나를 달이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리저리 나대면서 용변을 볼 의향은 없어 보인다.
내가 잘 못 짚은 것이다.
다시 제 자리로 데려다 놓고 밥그릇을 보니 거의 그대로다.
아침에 채워 놓은 밥 그릇이.
아니 단식투쟁?

달이를 생각 해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서너달을 배앓이 하면서 길렀던 강아지들을 모조리 나눠 줘 버리고 그나마 하나 남겨 둔 자식마저 빼앗기고 말았으니.
그리고 첫 정이었던 '달식'이랑은 소식조차 묘연하고.
그렇게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을 생각하노라면 우울증이 아니라 미쳐 버릴 심경이리라.

며칠 전 어지간히 속을 썩힌 사건이 있긴 있었다.
아침 산책길에 풀어 준 기회를 잡고는 온 동네를 싸돌아 다니면서 훼작질을 친 것이다.
하긴 달이의 훼작질이래야 그렇게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다만 마을 주민들의 반응이 문제여서 그게 걸릴 뿐.

'Gay dog'란 말이 있다.
흔히는 아주 매력적인 사람을 두고 이르기도 하지만 대개는 가정을 버리고 떠돌아 다니는 난봉꾼을 가리키는 말이다.
달이가 하도 덜렁대기에 한 때는 ''Gay dog'라 부르기도 했었다.
그때는 발정기여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젠 사정이 다르다.
난봉을 피우기 위한 방황이 아니라 자신을 스스로 위무하기 위한 방황이리라.
매사에 즐거움을 잃어버린 달이.
그 달이의 우울증을 해소 시켜 줄 방안을 찾아 내가 해야 할 일이 어떤 것인가?
그것이 요즘의 내 고민이다.
나까지 덩달아서 우울증에 시달려야 할 이유가 없는 까닭에.

하긴,
시조창을 따라 할 수만 있다면 참으로 좋으련만................................................

Heung-sook,Lee 2010-12-02 13:55	멀리 함께 산책을 함께 다녀오시는 것도 묘약이 아닐런지.. ,,, 정 안되시면 전문조련사나 dog 병원에 진단을 받아보시는 것도 좋아보입니다. 건강하시고 12월 둘째 토요일 날 뵙겠습니다.

강재일 2010-12-02 21:08	《Re》이흥숙 님 , ㅋㅋ 그럴꺼 까지야~. 며칠 있으면 부회장님 얼굴 보것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