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끝날것 같지 않던 혹독하고 기나긴 겨울의 끝자락에서 어느날 문득 봄의 기운이 피부로 느껴졌다.

아...

봄 바람이다 !

살갖을 스치는 바람에서 그동안 칼날처럼 예리하게 세우고 있던 냉기 대신에 부드러움이 느껴진것이다.

  콘크리트 숲의 도시에도 어김없이 때 맞추어 봄이 찾아오시다니...
"마중도 못 나갔는데 혼자서 찾아와 주시어 감사합니다" 하고 외치기라도 하고 싶었다.
삭막한 도시에서 맞는 봄이어서 더 반가운 것인지 ?

그러나, 어릴적 시골에서 맞던 그 아련한 봄날의 기억은 더욱 아름답고 그립다.
겨우내 쌓여있던 눈이 다 녹고, 슬며시 햇살이 부드러워지면 어느날 문득  뒷켵에 오리주둥이 처럼 뾰죽하게 올라온 난초싹을 발견하고 놀란다.
그리고 " 봄의 전령사"인 제비들이 어디선가 날아들기 시작한다.
안 마당의 빨래줄 위에 나란히 앉아 우리들에게도 인사를 보내고, 저희들 끼리 무언가 의논을 하는지 시끄럽게 지저귄다.
그리곤 곧 처마끝에 집을 짓기 시작한다.

우리는 겨우내 입던 두꺼운 겨울 바지를 벗고 하늘 거리는 꽃무늬 "포프린"치마를 입고 동네 꼬마 친구들이 어울려 봄나물을 캐러간다.

그 어린것들이 무슨 살림에 보탬을 주려고 ?
어쩌면 봄 볕따라 그저 바깥으로 나갈 구실 이었을것이다.

아... 맨 종아리에 와 닿는 봄 바람의 감촉이라니 !  그 얼마나 황홀하던지...
그리고 봄 들녁 하늘 높이 떠서 노래 하는 종달새 노래소리는 얼마나 청아하고 아름답던지...
그 어린 가슴에도 말로 표현 못하는 환희와 희열이 느껴지지 않던가 !

우리들의 놀이터... 뒷동산엔 할미꽃이 피고 진달래가 핀다.
꽃을 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조급하던지... 아직 봉우리만 맺힌 진달래 가지를 꺽어다 물병에 꽂아두면 어느새 연분홍 꽃이 벌어진다.
"할아버지 지고 가는 나뭇 지개에
활짝핀 진달래가 꽂혔읍니다.
어디서 나왔는지 노랑나비가
지게를 따라서 날아갑니다"
하는 동요는 마치 어릴적에 내 눈으로 보던 바로 그 장면이다.
우리 바깥 마당곁으로 지나가는 어느 할아버지 나뭇지개에 진달래 다발이 꽂혀있는걸 나도 본 기억이 있다.

봄이 조금 깊어지면... 처마끝의 제비집에서는 제비**들이 알을까고 나와 나란히 앉아
노랑 주둥이를 한껏 벌리고 어미가 잡아다 주는 벌레를 받아 먹으면서 커간다.
어미는 벌레를 잡아다가 정확하게 차례대로 먹이를 주건만...
어미가 벌레를 잡고 돌아와 둥지가에 내리면 ** 들은 저마다 나한테 달라고 노란 주둥이가 찢어지도록 벌리고 아우성들을 친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부지런히 날아다니며 먹이를 물어오는 그 어미의 모습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만물의 어미와 똑같은 노고와 희생과 정성이 깃든 모습이다.

그리고 봄이 오면 아버지께서 신문을 둥글게 말아 그 끝에 달걀을 넣고 햇볕에 비추어 가며 건강한 유정란을 골라 닭둥지에 넣어주신다.
닭은 열심히 알을 품고... 20일이 지나면 한마리씩 속에서 알을 깨트리며 밖으로 나온다.
아... 그 보드랍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병아리들이라니...

어느덧 5월이 되면
들판의 짓푸른 보리밭이 봄바람에 일렁인다.
희망과 건강한 생명력의 상징인 일렁이는 푸른 보리밭이 보고 싶다.
그 푸른 보리밭 위 맑은 하늘에 떠서 청아한 노래를 부르는 종달새 노랫 소리가 그립다.
( 이제는 더 이상 들을수 없는 종달새 노랫소리...)

통영의 정동진님께서 옥상위에 피었다는 야생화(복수초)를 올리셨길래 .... ^^
사진으로 나마 대면하는 첫 봄 꽃이 너무 반가워서.... 
 

불량 단어가 있다고 안 올라가서 ** 로 표기했음 .

알아서들 읽으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