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인생이 뭔데요?

whowonpark

2011-05-18 (수) 18:50 추천:0 조회:785 121.xxx.39

"아저씨, 인생이 뭔데요?"

내가 20대 후반일 때, 18세의 어느 여고 2 학년생에게서 받은 질문이다.
나는 이 질문을 받고 처음 당황했었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엔 당황한다는 차원이 아닌, 그야말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몰라 쩔쩔맨 적이 있다.
아마 그때의 내 얼굴은 벌겋게 달아 올라 있었으리라. 그와 함께 내 머리속은 뒤죽박죽이 됐었다.
결국 나는 아무 대답도 못했었고, 그저 엉뚱한 소리, 내가 지금 생각해도 무슨 말인지 조차 모를,
그런 말로 얼버무렸던 기억이 난다.

그럼 정말이지 인생은 무엇일까?
여지껏 그 많은 사람들이 말해 온 그런 말들로 정말 인생이 설명된 것일까?

그리고 그때, 여고생의 질문은 그처럼, 멋이 있을지는 모르나 어디서 주워 온 그런 글귀들을
나를 통해 듣기를 원하진 않았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 소녀의 질문 의도는 나 자신의, 내가 느끼는 인생에 대한 생각을 듣기를 원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생각조차 아예 해 본 적이 없고...아마 있기는 했을지 몰라도 그 생각이
영글거나 구체화 되지도 않았을...그걸 말로 표현할 만큼 똑똑하지도 못했으니...

더욱 안타까운 건, 그 후로도 인생은 무엇일까 를 깊이 생각해 왔으나 아직 그 당시의 생각에서
별로 더 진전되지조차 못했다는 사실이다.

나는 왜 그때 대답조차 못할 만큼 당황했을까?
이 문제는 사실 내가 인생에 대해 무얼 아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아주 멋있게, 또는 감동받게 인생을 말하고 싶었었고,
내가 그래도 책은 좀 많이 읽었노라는 자부심 조차 내 말에 섞어내길 희망했었고,
그 여고생에게 멋있는(진짜 멋있는게 무엇인지는 치치하고서라도) 인상을
주고 싶었었다는 사실이 진짜 나를 당황하도록 만든 이유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지금 와서 누군가가 다시 내게 인생이 뭐냐고 묻느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
인생에 대한 내 생각은 30년 전 보다는 많이 발전해 있는걸까?

그동안 나는 많은 때가 묻었고, 나 자신이 매우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이지는
않다는 것도 알게 됐고 확실히 교활해지기도 했고, 아직 모르는 것도 많다는 걸 안다.
나는 윤리선생이 꼭 윤리적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모른다.
수영을 못 하더라도 수영 코치가 될 수는 있겠으나, 비윤리적인 사람이 윤리선생이 될 수도
있는 걸까?

"인생이란...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선을 이루기 위한 끊임없는 진화와 같은 거지...
인간은 비록 완전하게 태어나진 않았으나 우린 궁극적으로 완벽한 자아의 완성에서
목표를 이루고 뜻을 이루어 신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길이라고 할까...
그게 가장 이상적인 인생의 목표라고 할 수 있지."
내가 만일 이런 소리를 하게 될 일이 발생하면 난 차라리 교수형을 택하리라.

그럼 난 뭐라고 말해야 할까?
어느 초등학교 동창처럼
"야, 인생 뭐 별 거 있냐? 그게 그거지..."
이런 말을 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내 교활하고 음험한 기질을 살려
" 인생은...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린 모두 자기만의 특이한
삶을 사는 거야...세상 모든게 경험해 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인생이란
그런거 아니겠어? 인생의 어떤 표현도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때 지는 아무것도 아닌
나팔꽃 하나의 삶의 과정보다 사실적일 수 있겠어? 응? 안그러니?..."
이렇게 말하고 도망가야 하는걸까?

사실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 만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리라.
오히려 우리가 어떻게 표형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또 모두가 그런걸까?
" 야, 이 문제 너무 어려워....난 그 정도 수준이 아니란 말이야..."
이런 대답이 최선일까?

난 아직 이 질문에 대답할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교활하게 남의 말을 빌어 인생을 논할 마음도 없다.
이제 나는 무슨 말을 통해 남들을 감동시킬 의사도 없고,
그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몰라 쩔쩔맬 일도 없다.
다만 사람들이 마치 인생을 모두 터득한듯 이야기하는 걸 볼 때마다
난 경이로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건 어쨋거나 내 마음이 좀 많이 꼬였거나, 아니면 내 인생이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원래부터 좀 꼬였다는 뜻이 아닐까?
삶은 그런 것...그리고 어려운 것...그런 생각이 든다.

Dongwhan,Song 2011-05-19 08:54	인생!!! 만인이 다 다르게 살고, 생각하고--- 수십억 인간이 다 다른데 어떻게 표현 하겠어요. 그래서 생은 [생, 노, 병, 사] 라고 간단하게 말 한 분이 있지 않습니까.

허종 2011-05-19 10:33	Where am I coming from? Where am I going? To be or not to be? That's a life, and that's all.

eumjaeryang 2011-05-19 20:33	안녕하시고. 오래만입니다. 그래 좋습니다...... 내앞에서 인생이야기 하신다 이거지...요............. 나는 "인생이란" 미안하지만......... " 지지하게 살다가 죽는것이다 라고" ......... 어디선가 읽은적이 ...있는거 같은데........

송미령 2011-05-20 21:43	사람 마다 각자 생각 의 차이가 있으며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 하고 있는 인생? 경험 하는 것 인생?도전 할수 있는 자유라고 생각 합니다.

whowonpark 2011-05-21 12:34	《Re》엄재량 님 , ㅎㅎ...엄고문님, 죄송합니다...제가 공자 앞에서 문자를 써서요...역시, 인생은 진지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옳은 정답이라는 데 공감합니다. 반갑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