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동안 전 세계 60여 개국 사람들에게 안방을 내줬다. 두 자녀가 결혼해 출가한 후엔 방 2개를 관광객이 묵을 수 있는 홈스테이용으로 개조했다. 당시는 우리나라에 서구식 홈스테이나 B&B(Bed & Breakfast·숙박과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서비스) 형태의 시설이 거의 없을 때다. 김종수(66), 우영옥(59·부산 응봉초 교사) 부부 얘기다.

　2일 창문 밖으로 낙동강 하류가 펼쳐진 부산 다대동 부부의 집을 찾았다. 손님 방은 한식으로 꾸며진 호텔방 같았다. 침대 위엔 흰색 침대보가 정갈하게 깔렸고 한편엔 전통 문양이 그려진 병풍이, 벽엔 연(鳶)이 놓여 있었다. “한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해 봤어요. 영문판 한국 가이드북도 가져다 뒀는데 외국인들이 무척 좋아해요.” 2007년 교직에서 은퇴한 김씨는 “18년 전 우리 집을 찾았던 프랑스인들이 얼마 전 다시 왔었다”며 “홈스테이는 숙박시설뿐 아니라 민간 외교 역할도 톡톡히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한국관광공사는 부부의 18년 경력을 인정해 한국형 B&B 사업인 ‘코리아스테이(Korea Stay)’ 인증서를 줬다. 이 사업은 관광공사가 부족한 숙박시설을 늘리기 위해 시작했으며, 10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관광객과 집 주인을 연결시켜줄 계획이다. 김씨는 ‘코리아스테이’로 인증받은 200여 가구주 앞에서 직접 만든 ‘홈스테이 매뉴얼’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강의도 했다. 김씨는 “외국인에게 집안 구석구석을 안내해서 보여주면 한국 가정생활을 체험할 수 있어 좋아한다”며 “그동안 외국인을 집에 들인다는 거부감이 있어 이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부도 처음엔 다른 문화권에서 온 관광객들 때문에 당황한 적도 많았다. 어떤 관광객은 신발을 신고 안방까지 들어오거나, 목욕 후에 수건만 두르고 거실을 활보했다. 또 집을 지저분하게 사용해 뒤처리로 고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씨는 “그런 어려움보다 외국 친구를 사귀고 서로 문화를 교류하는 즐거움이 훨씬 크다”고 했다.

　부부가 홈스테이를 알게 된 것은 1993년 서바스(국제민간여행단체)에 가입하면서다. 유엔이 인정한 이 단체는 전 세계 130여 개국 회원들이 있어, 회원끼리는 서로 여행 시 무료 홈스테이를 제공해 준다. 부부는 100여 개국을 여행하면서 각국의 홈스테이를 체험했고 한국을 찾는 이들에게 무료로 방을 내줬다. 코리아스테이로 등록한 뒤로는 관광공사가 정하는 비용을 받는다.

　부부는 2003년 이스라엘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우씨는 “14개 가정에서 묵었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의 합리적인 교육방식을 바로 옆에서 느낄 수 있었다. 호텔에서 묵었다면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부부는 홈스테이가 최근 늘고 있는 개별관광 ‘요우커(중국 관광객)’의 숙소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중국은 같은 한자문화권이라 문자로 소통이 가능하다”며 “생활풍습이 크게 다르지 않아 적응하기도 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김효은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중앙일보에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