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만남 2, 송미령님을 만나다.

whowonpark

2011-11-11 (금) 20:19 추천:0 조회:755 121.xxx.39

지난 10월 29일 토요일, 오후 8시, 송미령님을 만났다.

송미령님의 거처는 창녕에서 우포늪으로 가는 1080번 지방도로 한 5km 쯤 되는 지점에 있다.
그곳을 대구에서 국도로 가려면 구마고속도로의 구지에서 내려 지방도로 가다가
이방 파출소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 우포늪으로 가는 1080 번 지방도를 따라 가면 된다.

그런데 오늘따라 길이 헷갈린다.
내가 아무리 길치라지만 우포늪엔 백 번을 더 왔었는데...좁은 길을 따라 가다 보면 먼저 이노정(二老亭)이
나오고, 무심사라는 팻말이 나와야 하는데 오늘은 그게 아니었다.
기껏해야 67번, 79번, 1034번, 1080번 지방도만 따라가면 되는 길을 헤매다니, 어쩌면 이런 현상은,
모든 지방도에는 이를 관장하는 여신이 있는데 그 여신이
가끔씩 심술을 부리면 사람들이 길을 헤매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ㅎㅎ

사실 오늘 내가 송미령님을 찾은 것은 저녁이나 사달라고 할 생각에서 였다.
점심도 못 먹은 데다, 직원들이 모두 가버려 식당에 함께 갈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는 건 나같은 귀족의 입장에선 자존심의 문제니까....

그런데 송미령님을 처음 만나 들은 말이 "저녁 식사는 했나요?" 였다.
이 얼마나 반가운 소린가.
아니면 혹시 내가 굶었다는 걸 눈치챈 걸까?
그렇게 해서 송미령님은 나를 데리고 식당으로 갔고, 황태구이를 대접받았다.
참 황송했고,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웠다.

송미령님은 그런 분이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바쁜데다 하는 일도 많다.
식품 연구, 봉사활동, 다문화가족 교육, 공무에 관한 일, 우포늪 해설, 외부인 안내,
숲, 자연해설사, 학교 숲 해설사로서의 업무가 태산인데 나같은 사람이 찾아가면 끼니걱정까지 해 주신다.

그 외에도 송미령님은 오래 전 시인으로 등단했던 만큰 문학에도 재능이 뛰어난 분으로,
현재 창녕문인협회, 한국농어촌 여성문학회 경남 대표직을 맡고 있다.

송미령님의 시 세계는 얼마 전 발간된 '우포에는 맨발로 오세요' 라는 시집에서 잘 나타나 있다.
님의 대표작이라고 할, 시집의 제목과 같은 '우포에 오실때에는 맨발로 오세요' 라는 시는
님이 얼마나 우포늪을 사랑하는지, 그리고 맨발로 와야 알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우포늪 4계가
잘 드러나 있다.

원래 시란 특별한 '싯적 어구'로만 씌여지는 건 아니다.
그렇게 다듬어진, 의식적인 어휘들의 조합에서는 비록 예쁜 인용구가 될 수는 있으나
자연 그대로의 냄새가 전해져 오지 않는다.
그러나 송미령님의 시에서는 일부러 다듬기를 거부한 양파같은...모래흙이 묻어있는 채로의
삶이 느껴진다.
그리고 어떤 싯귀에서는 송미령님 자신의 외로움이랄까, 태고의 고독과, 고뇌와 갈등의 흔적도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나는 그런 송미령님의 싯귀에서 매력을 느낀다.
진짜 사람의 체취를 그대로 담아 던져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시에서 송미령님은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 청사포에 가면--

청사포에 가면
마을이 안겨온다
바다가 안겨온다

별빛은
푸른 뜨락에 내리고
조그만 철길엔 기차 달린다

일렁이는 파도의 모습
바다 빛만큼 고운 기억
마음속 눈물로 고여 오고

나는 그대를 뜨락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푸른 뜨락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송미령님은 왜 청사포에 갔었을까? 아니, 송미령님은 왜 청사포에서...아니면 그곳이 어디이든...
누구를 뜨락이라고 부르고 싶었을까?
이 싯귀 한마디에서 우리는 님의 마음에 쌓여있는 그리움의 일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어떤 사람은 그걸 그대로 외롭다고 떠들어 해소한다.
어떤 사람은 그걸 안으로만 삭여 없애기도 한다. 그런 때면 아침에 심장은 검붉은 색으로 타 들어간다.
송미령님은 그걸 바쁘게 살아 잊어버리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송미령님은 오늘도 바쁘다.

eunakim 2011-11-13 09:25	송미령님 안녕하세요 ^^ 수년전에 우포늪에 친구하고 갔었지요.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엔 없지만 아름답게 나이를 먹는다는것에 감동받았던 느낌 남아있어요................대구 서바스모임에도 한번즘 오셔서 좋은 얘기 들려주세요.............이 글을 송미령님이 볼수 있을까 ㅎㅎ

김병국 2011-11-13 09:30	그 분 송미령님..참 좋으신 분이죠..한국적인 웃음과 한국적인 마음과 아마도 한국적인 미를 두루 갖춘 분이죠...좋은 만남입니다... FromtheSeabeD.

김정아 2011-11-16 11:54	우포에 가고 싶다... 미령언니 잘 지내시죠

MijaHong 2011-11-29 16:36	송미령님 문득 뵙고 싶어지네요. 언제고 편안하고 감동을 주시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