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법률여행1(계약의 성립)

하영환 2001-11-30 (금) 20:21 추천:0 조회:764

아직 도장은 안 찍었다(계약의 성립).

회사원인 미스터 박은 오랜 근검 절약 끝에 어느 정도의 돈을 모으자 전세방 신세를 면하려고 이곳저곳을 다니던 중 변두리나마 20평형 아파트가 마음에 들어 계약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고 각자 날인을 하게 되었는데, 파는 사람이 공교롭게도 도장을 갖고 있지 않아서, 매매 계약서는 중도금을 주는 날 작성하기로 하고 그날은 우선 계약금만 주고 판 사람으로부터 영수증에 사인만을 받아왔다. 미스터 박이 중도금을 치르려 하니 판 사람은 아직 매매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으니 계약이 성립된 것이 아니라면서 계약을 없었던 것로 하자고 한다.
확실히 매매 계약서에 도장을 안 찍었는데, 그렇다면 매매 계약이 무효일까?

1) 부동산 매매 계약이 검인 계약서가 반드시 작성되어야 하고, 계약서 작성이 없었다면 계약은 성립된 것이 아니다.
2) 싸인도 날인도 효력이 있다. 따라서 영수중에 싸인이 있으므로 계약은 성립된 것이다.
3) 이 사건에서 계약서 작성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계약은 성립되었다.

우리는 일상 생활 즉 사회 생활을 하면서 늘 다른 사람과 계약을 맺고 살아간다. 회사원이 고단하더라도 아침 일찍 출근하여야 하는 것은 고용 계약이 맺어졌기 때문이고, 아침에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것도 운송 계약을 맺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의 사회는 계약을 매개로 권리와 의무가 교차하는 '계약 사회'인 것이다. 그런데 이 계약은 반드시 문서로 작성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또 계약서에는 각자의 도장이 날인되어야만 계약이 성립되는 것도 아니다. 계약의 본질적 요소는 당사자간의 의사 표시의 합치(이를 '합의'라고 한다)이며, 문서의 작성은 그 계약이 성립된 것을 증명하려는 수단에 불과하다.
물론 대부분의 중요한 계약은 문서로 작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여 법률상으로는 합의만으로도 계약은 이미 성립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아파트를 팔고산다는 당사자간의 의사 표시의 합치는 이미 존재하고, 나아가 계약상의 의무의 이행 단계에 접어들었으므로 계약은 계약서 작성 유무와 관계없이 성립되었다고 판단하여야 한다.(해답3)

☆어드바이스
이 사건에서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결론이 났다.
그렇다면 미스터 박은 상대방의 억지 주장에 구애될 필요없이 중도금과 잔금을 제날짜에 주고, 등기 이전과 아파트의 인도를 요구하면 된다. 상대방이 매매 대금을 받지 않는다면……? 공탁하면 그만이다.
출처:재미있는 법률여행[민법1 재산편] (저자: 한기찬, 출판사;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