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처럼 혼자 집에서 시간 보내다가 아내가 없는 틈에 고추전을 부치기로 했다.

그제 시골 집터 밭에서 따온 내가 심은 무공해 고추 붉은 것과 풋고추를 반반 석어 송송 썰고 들깻잎과 양파도 조금 썰어 넣고 계란 2개와 밀가루와 물, 소금을 약간 넣어 저어 준비했다. 오징어나 고기 조각이 있으면 좋으련만 냉장고 뒤지니 안 보인다. 그냥 하기로 했다.

열판에 올린 팬에 식용유를 바르고 팬이 뜨거워진 후 반죽한 재료 2 국자를 팬에 붓는다. 젊은 주부들이 선호하는 한 숟가락 식, 한입 크기의 작은 것이 뒤집기도 수월하고 먹기도 편하지만 아무래도 넙적한 전을 찢어 먹는 것이 옛 스럽고 정겹다. 적당히 익으면 뒤집어 골고루 부쳐준다. 첫 번 째 뒤집기(뒤집기 중 젤 어렵다)는 두 개의 뒤지게를 사용하여 신속하게 뒤집는다. 아직 전이 굳지 않아 잘못하면 전이 찢어진다. 세 번 째 막판 뒤집기는 공중 뒤집기를 시도했다. 팬을 들어 앞뒤로 흔들어 전이 바닥에 붙지 않은 것 확인 후 팬 앞쪽을 먼저 짧고 빠르게 위로 쳐서 전이 공중에서 뒤집어 떨어지는 것을 받으면 된다.(상당한 숙련이 요구 됨. 잘못하면 전은 풍비박산이 됨). 이 중요한 장면은 디카에 담기에는 힘들다.

모양은 제멋대로 볼품이 너무 없다. 그래도 첫 판보다 두 번째가 좀 낳아졌다. 술 생각이 났다. 앞 동 술벗 후배에게 전화 하니 외출중이다. 혼자 소주 한 잔 마시고 안주로 고추전 떼어 먹어보니 모양은 없고 육류도 없지만 담백하고 매콤한 맛이 소주 안주로는 딱이다. 이럴 때 딱 부산 배종만 지부장이 앞에 있었으면 좋으련만. 고추전은 보통 통 고추를 길게 반으로 잘라 안에 고기 등을 밀가루에 버무린 속을 넣어 부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렇게 쉽게 부쳐보니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