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그리스의 아테네

한규석 2006-07-30 (일) 00:56 조회:1893

그리스로 오기 전에 서바스를 통해 그리스 회원들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못하였다. 두사람의 이메일 주소를 받았는데 서너차례 시도를 했지만 모두 메일이 돌아오고 말았다. 그래서 그리스는 그냥 가기로 하였다. 인천공항을 떠나는 루푸트한자기를 타고 10일 출발하여 11시간을 날아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고, 세 시간을 기달려 환승하였고, 아테네 공항에 도착한 것이 새벽 1시 넘어서였다. 행선지가 아테네가 아닌지라 아테네를 들어가지 않고 공항에서 하릴없이 노숙자처럼 잠을 청해서 서너시간을 자고 아침 6시에 버스가 다니기 시작하자 공항을 나와서 피레우스 항구로 가는 버스를 3유로 남짓 주고 승차하였다. 아테네 외곽을 돌아서 항구로 가는 시간은 교통체증을 약간 겪으면서 한시간 남짓이 걸렸다. 이미 참가하는 학회조직위를 통해 신청한 참석자용 패키지를 샀기에 스펫세스 섬으로 가는 배를 승선하는 곳에서 표를 받아 승선하였다. 배는 중급 규모로 쾌속선이었다. 2시간 30분 걸려서 도착한 스펫세스 섬은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달려 있는 조그만 섬이었다. 섬 전체를 도는 도로가 27 키로라고 한다.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열린 18차 국제비교문화심리학회에 참가하였다. 전세계 50여개국에서 700 명의 심리학 전공자들이 모여서 대회를 가졌다. 매우 성황이었다. 아마도 사람들이 동경하는 그리스에서 열린 탓도 작용한 듯 싶었다. 이 학회는 이년에 한번씩 장소를 옮겨다니며 갖는다. 올해는 이 학회가 끝나고 아테네에서 열리는 세계응용심리학대회(4년에 한번 열림)가 열리는 것도 많은 사람을 참석하게 한 요인이 되었으리라 본다. 학회가 끝난 토요일을 하루 더 섬에서 보내고 일요일 정오 배를 타고 아테네로 나왔다. 아테네에서는 아침에 전화를 건 시내에 위치한 유스호스텔이 마침 빈 침대가 있다고 해서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민박집을 취소하고 시내로 들어갔다.

아테네 시내 관광은 1박 2일이면 충분히 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파르테논 신전이 있는 아크로 폴리스, 그 옆에 있는 아고라, 제우스 신전 등을 돌아보고 파라카(한국의 명동) 지역의 노천까페에서 스브라키(꼬치구이 정식, 8유로)와 맥주(4유로)를 하면서 고대와 현대가 섞여 존재하는 아테네에서 이틀 밤을 보냈다. 델피, 스파르타 지역 등 아테네 인근의 유적지들이 많이 있었지만 물가도 녹녹치 않은데다 남은 일정 중에서 일주일 정도는 터어키에서 보내야 겠다는 생각에 터어키로 넘어 가기로 하였다.
그리스의 국토는 한국과 비슷하게 산악지형이 많다. 일찍부터 사람들이 정착해서 기원전 12세기이전에 이미 미케네 문명을 발달시켰다. 산악지역에 있던 이들이 비옥한 토지를 찾아 이주하면서 에게해 연안의 도시들이 성립하게 되었고, 이들 도시들간에 교역이 증가하면서 해상교통이 발달하고, 기원전 7-8세기 경에 이미 상당한 부를 축적하였다. 이같은 부를 바탕으로 개인의 자유, 민주, 자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희랍철학을 나았고, 서양 문명의 정신적 뿌리가 된 것이다.

아테네 도착 이튿날 파르테논 신전과 아고라 광장의 유적지 등을 둘러보고, 플라카 광장에서 저녁을 먹고, 몇가지 기념품을 구입하고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자칫 한국을 잘 안다며 친절을 배푸는 사람에게 끌려 술집에 갔다가 들이킨 맥주 한잔을 자칫 10유로를 줄뻔했으나 위기(?)를 모면하고 공짜 술로 바꾸었다.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물가가 비싼 아테네를 떠나기로 하고, 다음 날 이틀을 숙박한 유스호스텔(12유로/일)에서 나와 주위의 인터넷 까페에서 뱃시간을 알아보니 저녁 8시에 사모스로 가는 배가 있어서 (그리스내의 항로에 대한 정보는 http://www.greekferries.gr 를 보면 다 알 수 있다. 그러나 국외로 연결되는 배편 정보는 안 나옴), 오전에 한 두군데 박물관을 더 들려 보고자 하였다. 길거리에서 길을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우 친절하게 응해주었다 (그러나 음식점 등 가게에서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 50전하는 버스를 타고 (표를 정류장 앞의 가게에서 사야 함) 서너 정거장을 가서 내렸는데 가고자 하는 곳보다 두 정거장쯤 먼저 내린 듯 하다. 걸어서 베나키 뮤지움으로 가다가 보니 비잔틴 뮤지움이 나타나는데 마침 당나라 유물 전시회도 한다고 하여 입장료 4 유로를 내고 들어갔다. 비잔틴시대의 크리스찬 유물을 주로 수집한 전시관이었다. 관람객도 적었고 쾌적하게 전시공간을 꾸몄으며, 곳곳에 자원봉사자인듯한 직원들이 유물훼손등을 감시하기 위해 자리하고 있었다. 후레시를 쓰지 않는 한 사진촬영도 허락하였다. 비잔틴 시대의 동전이 당나라의 유물속에서 발견되어 두 나라간의 교역이 활발하였다는 탓인지 당나라 유물 몇점이 중국국립박물관의 협조로 전시되고 있었다. 두 시간 남짓을 보내고 원래 가려던 베나키 뮤지움을 가려니 마침 휴관일이라고 해서 옆에 지나쳤던 전쟁박물관을 들어갔다(무료). 관심은 그리스 로마시대의 전쟁사이었지만, 그 분야의 방은 정리탓인지 문을 닫고 있어서 20세기의 양차대전과 관련된 무기류를 주로 보고 나왔다. 프라카 광장쪽에 역사박물관을 볼까 싶어서 서너 불럭을 내려오니 국회의사당에서 초병교대를 끝내고 복귀하는 세명의 초병이 엄숙한 보행자세로 귀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른 쪽 구두에만 편자를 박고 오른 발을 내딛을 때는 소리를 요란히 내어 얼핏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하였다.

국회의사당 바로 앞 신타그마 메트로역에 코인라커가 있을 경우에 끌고 다니던 여행가방을 맡기려 했다. 그러나 없길래 근처에 있다는 역사박물관 구경을 포기하고 피래우스 항구로 가는 메트로를 탓다(80전). 한정거장 가서 모나스트리카 역(코인락카가 있으며 3 유로임)에서 선을 바꾸어 피레우스로 가서 배표를 끊고 항구에서 시간을 보냈다. 피레우스 항구는 출입구가 10개쯤 되는 매우 큰 규모의 항구이다. 갈곳을 잘 못 잡으면 30분 이상 헛걸음하기가 용이하다. 다행히 부두 내에 커다랗고 하얀 휘장을 쳐놓은 곳이 몇군데 있는데 이 안에서 에어컨을 맞으며 앉아서 쉴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