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베트남의 까페 쓰다(1)

김새로미 2006-08-24 (목) 00:21 조회:1799

7월29일부터 8월3일일까지 5일간의 짧은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일정이 짧은 것이 아쉬웠지만 좋은 사람(신랑)없이 혼자 하는 여행은 아쉬움이 크더라구요. 신랑이 겨우 휴가를 내어 시간을 맞추어 주었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 부부와 네 명이 같이 베트남 호치민과 나짱(우리나라에는 나트랑으로 알려져있습니다.)을 방문하였습니다.

서바스를 가입한 후 하는 첫 번째 여행인지라 베트남 서바스 회원과의 만남도 기대하였지만 호스트 리스트를 구할 수가 없어 이번에는 그냥 만족하기로 하였습니다.

7월29일
오후 3시경 대한항공과 코드쉐어된 베트남 항공으로 호치민에 도착했다. 호치민의 탄손낫 국제공항은 옛날 김해공항과 같은 느낌이었지만 왠지 정감이 가는 느낌, 이번 여행도 좋은 경험이 될 듯한 기분이 들었다.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향했다. 동남아 대부분의 국가에서 그렇듯 호치민에서도 오토바이 행렬이 대단했다. 특이한 것은 헬멧을 쓴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었다. 태국에서는 대부분 헬멧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것들이 다 한국산이라 하여 가슴 뿌듯했었는데 말이다. 베트남 경제 성장 추이를 보면 앞으로 헬멧 수출을 해도 사업이 잘 될 듯싶었다. 호텔방에서 베트남 드라마를 보니 자전거를 탄 젊은이가 헬멧을 옆구리에 끼고 오토바이에서 내리는 자신의 멋진 모습을 상상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역시 헬멧인가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예약한 숙소는 태국 카오산과 비슷한 여행자 거리인 데탐의 한국인 호텔이었다. 호텔이라고 해도 조식포함 1박에 15불하는 곳이었는데, 사람들이 비싸다해서 사장님이 조식 제외하면 13불이라고 쓴 가격표를 새로 붙이고 계셨다. 에어컨, 욕실, 깔끔한 침대, 냉장고, 각종 비품들이 가지런히 잘 정리된 깨끗한 방이었다. 일정이 길면 방값 흥정하는 재미도 있고 이리저리 외국인에게 말붙이는 재미도 있어 현지인 숙소에 묵고 싶었다. 그렇지만 5일짜리 여행에서는 시간이 돈이다 싶어 한국인 호텔에 이것저것 예약을 다 했다. 언제나 맘 편히 긴 여행을 한번 해 보려나 싶다.

짐을 풀어놓고 100달러를 베트남 동으로 환전한 후 사장님께 소개받은 통일궁 앞의 베트남 식당으로 향했다. 현지 식당이라 영어 메뉴도 없었고 영어도 안통했는데, 사장님께서 추천메뉴를 적어주신 덕분에 찹쌀밥, 코코넛튀김요리, 월남쌈, 자스민차를 주문하여 먹었다. 얼마나 맛있던지. 외국인이 잘 오지 않는지 종업원이 우리를 보고 엄청 좋아했다. 네 명이서 정신없이 먹었는데도 가격은 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정말 흐뭇한 점심식사였다. 먹는데 정신이 팔려 시간을 지체했더니 통일궁은 이미 입장시간이 지났다. 하는 수 없이 통일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키가 크고 늘씬하고 유달리 피부가 흰 내 친구에게 씨클로 운전사가 ‘Are you a movie star?'라고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역시 예쁘고 볼 일이다. 기분 좋게 웃으면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마리아 성당과 우체국으로 향했다.

마리아성당 가는 길에 다이아몬드 플라자라는 5층짜리 쇼핑센터가 있었는데 포스코에서 건설한 것이라고 한다. 가 보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고급 쇼핑센터이고 가격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마리아성당은 프랑스 식민지 영향으로 천주교 신자가 있는 베트남의 대표적 성당이라고 하는데 마침 미사시간이었지만 여행객은 출입금지라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미사 모습을 보고 싶어 안타까웠지만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중앙우체국은 건물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높은 천정과 목조로 된 집기들이 예전 식민지 시절의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았다. 실내 중앙에 굉장히 크게 붙어 있는 호치민의 초상화도 눈길을 끌었다.

날이 벌써 저물어오고 있었다. 동코이 거리로 슬슬 걸어가면서 눈동자가 너무 예쁜 베트남 아기랑 사진도 찍고, 깡통으로 만든 장난감도 구경했다. 가는 길에 과일이나 사먹을까 하고 둘러봤더니 한 할머니가 생전 처음 보는 과일을 행상으로부터 사고 계셨다. 우선 자태가 범상치 않다. 몸매가 굉장히 늘씬 하시고 단정한 머리모양 하며, 고급스러운 검정 아오자이의 모습에 우리는 홀딱 반해버렸다. 정체 모를 과일을 사면서 웃어보였더니 능숙한 영어로 이것 내가 아주 좋아하는 과일인데 굉장히 맛있다며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언제 가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시면서 우리가 사는 과일에 덤으로 더 얹어달라고 가게주인에게 몇 개를 더 빼앗아(?) 주셨다. 1000동(800원이 안되는 돈)어치를 샀을 뿐인데.. 자녀가 9명이라는 늘씬한 할머님을 따라 집도 방문해 보고 싶었지만 생전 처음 보는 분에게 실례일 듯 하여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물어나 볼걸, 괜히 아쉬웠다. 할머님과 사진 한 장을 찍고 헤어졌는데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베트남전의 영향인지 호치민(옛 사이공)에는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장년층이 많았다. 참, 그 과일의 정체는 나중에 알고 보니 아보카도였다. 약간 덜 익은 새콤한 맛이었는데 먹기가 힘들었다. 호텔방 냉장고에 두고 왔는데 누군가 먹었겠지.

호치민 최고의 번화가인 동코이 거리에서 하루를 마감했다. 베트남어로 아이스크림을 깸이라고 하는데 ‘깸박당’이라는 유명한 아이스크림 집에서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시켜 먹고 있자니 오늘 하루가 꿈만 같다. 오기 전에 이런저런 여행기를 많이 읽었는데 사람 때문에 피곤한 여행지를 꼽으라면 세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 베트남이었다. 오랜 전쟁과 식민지 시절 때문에 마음들이 황폐한 것 같다는 것이 중론이었는데 내가 느낀 베트남은 다른 곳과 별다른 점 없는 편안한 곳이었다. 숙소로 돌아가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식민지 시대에 지어졌다는 Rex Hotel에서 과일주스을 한잔 하고 하루를 마감했다. 식민지풍 건물에 부분 조명을 밝히니 왠지 유럽의 어떤 곳에 와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벌써 하루가 지났다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