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일상을 떠나 큐슈로 1

김정숙 2006-10-13 (금) 23:16 조회:1603

이번 추석은 1년을 기다렸다가 누려보는 여름 휴가처럼 제법 긴 빨간 날들. 덕분에 미리 큰댁에 다녀와서 이곳 저곳에 미안한 마음을 숨긴 채 3박4일의 일정으로 큐슈로 떠나기로 했다. 지부장님께 미리 여행계획을 말씀드리고 큐슈의 회원 리스트를 받았다. 어느 분한테 호스트 신청을 할까, 어디로 여행을 할까 생각하다가 남편과 나이가 비슷한 분들 몇 분께 메일을 넣었다. 후쿠오카, 오이타 미야자키 쿠마코토 사가 ... (내 메일을 받아보신 어느 한분은 차으로 걱정스런 마음을 담은 답신을 보냈다. 이 짧은 날에 이 모든 곳을 볼 것인가? 기차 타는 시간만 해도 몇 시간이 되고...)
후쿠오카를 통해 큐슈를 간다는 것과 일본의 서바스 회원 댁에서 머물고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함께 하며 서로를 나누는 것이 중요했다. 어차피 3박4일메 큐슈를 다 볼 수는 없는 일. 우리한테 답신을 주시는 분을 시작으로 그 부근을 보면 되리라.

마침내 오이타의 한 분이 답신을 주시고 우리는 구체적인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부산-후쿠오카-벳부-오이타-아소산-쿠마모토-이리타-후쿠오카-부산. 그리고 시간 계산을 해 보고 저녁에 도착되는 곳의 회원 분에게 이번에는 전화로 호스트 신청을 해 보기로 했다.
둘째 날 호스트를 접어놓고 셋째날 호스트 신청을 후쿠오카 공항을 염두에 두고 역시 나이가 비슷한 어느 분께 전화를 드렸다. (웬 일인지 이 분의 메일 주소는 돌아와서 감사 전화를 드릴 때 까지도 안 보였다) 대번에 OK. 어째 올해는 아무도 안 올라는가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다면서 반갑게 기다리겠다는 부인의 말씀. 감사 인사를 하고 다시 둘쩨날 호스트 부탁 전화. 우리가 도착하는 다음 다음날 미국에서인가 누가 오는데 마음이 바쁠것 같고 접대도 잘 못할 것 같은데 괜찮겟느냐고 묻는다. 우리는 대화 좀 하고 잠만 자고 나오면 되겟다고 했고 OK.
그리고는 대강 여행 스케줄을 짰다. 많이 보는 것도 좋지만 여유있게 다니자. 그리고 이불 시트와 수건등을 넉넉히 갖고 가자. 선물은 돌김과 유자차로. 부피가 크고 무겁지만 특별한 경우이니 배낭속에 잘 넣고 역의 라카를 사용하자. 그리고 시간이 되면 저녁식사를 맛있는 식당을 소개받아 우리가 사자.
첫날 호스트 분과는 몇 차례 메일이 오고 가고 - 상당히 친절하시고 많은 정보를 주셨다.-드디어 5일 새벽에 출발!!

부산 김해에서 10시 30분 발 비행기에 탑승, 세상에, 후쿠오카는 울산에서 서울가는 것 보다도 빠르다. 35분만에 도착. 하카타 역에서 점심 툭선 초밥을 먹고 벳부로. 배낭 2개와 선물가방 1개를 역의 라카에 넣고 가벼운 몸으로 약 3시간 정도 시내 구경. 다시 기차를 타고 호스트 댁으로 향한다. 45분만에 도착해서 나오니 부인께서 기다린다. 아저씨는 밖에서 기다리시고. 첫는에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식당으로 갔다. 맛있는 이자카야의 닭요리가 들어간 정식은 우리가 먹고 그 분 들은 생선 조림이 들어간 정식을 드셨다. 생맥주 한 병쌕을 받아서 건배를 하고. 우리는 오래전 부터 알던 사람들 처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쉴 새 없이 나눈다. 아주머니는 얼마 전에 친구 분과 함께서울 경주 포항 등을 여행을 하셨다는데 엄회장님과 김0수 윤00 김병국 지부장님 등 여러분께 대접 받았던, 너무나 감격스런 기억들을 말씀하셨고 안부전해달라 하셨다. 그렇지. 서바스는 내가 받은 것을 그분들께 되돌려 드린다기 보다는 전혀 다른 사람에게 되돌리게 되는가 보다. 사랑이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리듯...
우리는 서로 돈을 내겠다고 싸우며 계산을 마치고는 슈퍼에 가서 과일과 아침거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박원형 : 올려주신 여행기 잘 읽고 있습니다. 명절을 이용하여 재미있는 여행하셨네요. 스즈메소주와 훈제 말고기가 기대됩니다. -[10/12-19:40]-

우리는 작년 여름에 삿포로 5박6일 여행을 호텔-서바스 민박-호텔-서바스 민박 이틀의 일정으로 다녀온 적이 있었다. 작년에는 여행기를 올리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가 버렸는데, 그때 호스트를 해 주신 두 가정에 너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갖고 돌아 왔었다. 깨끗한 이부자리며 정성껏 마련해 주는 맛있는 음식들 그리고 귀한 시간을 우리에게 내어 주는 그분 들을 보며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 작년과 같이 시트를 들고 가고 식사는 점심이나 저녁 중 한 끼를 우리가 대접하기로 미리 연락도 하기로 했었다. 이 부분은 상당히 설명하기가 어려웠고 한 댁에서는 서바스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었다. 결국 우리는 한 번만 사고 끝났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우리들의 이야기는 다시 이어졌다. 아저씨는 퇴직하시고 집에 목공예 공방을 차려 놓고 계셨다. 민박으로 외국인을 집에 맞아들인 것이 삼십년 전 쯤이고 그 첫 손님은 춘천에 사는 한국 아가씨라 했다. 그 이후 이 댁에서 머물고 간 사람들은 수없이 많고 식탁위의 세계 지도에는 출신 국가의 표시를 까맣게 칠한 점들로 가득하다. 받은 선물과 기념품들로 많았고 머물고 간 사람들의 소개장도 파일로 철해 두었고 우리의 것도 한 장 첨부해 놓고 왔다. 이 부부야말로 일본의 민간 외교가 아닌가!

아저씨는 자신은 호스트를 제공만 하시고 신청을 하신 적은 없다고 하셨다. 그리고 다음 날의 일정을 물으시고는 아저씨께서 아소산을 직접 안내해주시고 구마모토까지 데려다 주시겠다고 하셨다. 실제로 걸리는 시간보다 로스 시간이 많을 거라며 그렇게 하라 하신다. 세상에.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맙다. 중간에 차로 15분 쯤 가면 좋은 곳이 있다며 그 곳도 들리는 것이 좋겠다고 두 분이 의견 조정을 하신다. 시간이 늦어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이부자리를 깔았다. 아주머니는 도대체 어떤 시트를 갖고 왔는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해 하시더니 깉이 깔아 주시고는 끄덕끄덕. 좋은 아이디어라 하신다.
그제서야 밖에 빗소리가 크게 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차 내일 아소산을 갈 수는 있겠나? 출발하기 전날 일기 예보를 보니 태풍이 두개나 걸려 있었는데. 다행히 다음 날 아침에는 맑게 개어 있었다. 빵과 샐러드 과일로 아침을 먹고 10시쯤 집에서 출발하여 15분 쯤 후에 하라지리 폭포. 이것은 "동양의 나이아가라"라 할 만 했다. 지난 밤에 비가온 덕인지 수량도 풍부하고 폭포 밑의 모양도 나이라가라 똑이다. 구경하라고 설치해 놓은 나무로 된 흔들바위도 멋지다. 아저씨께 감사드렸다. 차가 없으면 어떻게 여기를 올 수 잇었으랴!
들판의 색깔도 우리 집에서 보던 그 색깔이다. 그 지역은 농업이 주업이고 전국에서도 유명한 쌀이라고 설명하신다. 청정지역의 신토불이가 어찌 유명하지 않겠나.
중간 중간 설명을 하시며 한시간을 더 가서 드디어 아소산. 여기도 억새가 참 보기 좋앗다.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못 본 억새 밭을 이곳에서 보다니! 그러나 점점 안개가 짙어 오더니 곧 빗방울도 뚝뚝 내리기 시작.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는 저 끝에서 출입금지 팻말만 보인다. 아쉽지만 영상으로 아소산을 보고는 덮밥으로 점심을 먹고 하산. 중간 중간 설명하시고 아소 팜 랜드에 들러 테마파크를 둘러 보고 한 시간 후에 만나자 하신다. 우리는 선물은 거의 안 산다. 오래 전 약속 때문에 같이 못 오신 아주머니를 위해 모치 한 상자를 사고 맛을 보기 위해 작은 치즈를 한개 샀다. 그 지역은 말고기 요리가 유명한 곳이고 말고기 회도 유명하고 훈제 말고기도 유명한 곳이라고 하시더니 선물로 하나를 사 주셨다. 아, 이것은 선물로 주신(엄회정님이 좋아하신다며)스즈메 소주 안주거리로 좋겠다 생각하면 감사히 받았다. -어제 밤에 주신 귀한 선물도 있다. 아저씨께서 직접 만드신 목기 2점과 오늘 아침에 주신 과일-정원에 있는 나무 열매 가보스를 한~ 봉지 주셔서 앞으로 가는 댁과 나누어 먹기로 하고 감사히 받았다.- 그리고 한 30-40분 정도 달려 구마모토 스이젠지 앞에 내려 주시고 댁으로 돌아가셨다. 우리는 두 분이 꼭 우리 집에도 들려주시라고 청하고 작별의 인사를 했다.
우리는 기차를 타고 아소산에 가서 순환버스를 타고 돌아 볼 생각이었는데 그래서 내일 오전에 보기로 했던 일본의 3대 정원의 하나인 스이젠지 공원과 무사의 고택, 구마모토 성까지 오늘 다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구마모토성에는 보름달이 높이 떠있고 고토공연이 열린단다.

엄재량: 짧은일정에 여러곳을 다니셧군요 Servas 의 진가가 보입니다. 많은 여행 하시고 즐기십시요 그리고 앞으로는 시간을 넉넉히 잡으시고 Host 하여주시는 분과 친해 보세요 수고 했습니다. -[10/13-17:49]-

김병국: 차츰 차츰 서바스 여행에 더 익숙해 져 가시는 것 같아서 좋아요........ -[10/14-0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