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7.25.2007 – 맑음 – 132.09km = 의령-창녕-각남-청도-곰티재-금곡-동곡재-운문방면-운문사-운문산자연휴양림

경상남북도 경계선인 비티재를 넘었다. 각남이라는 곳을 지나는데 길가에 길다방이 있었다. 길에서는 길다방을 지나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청도에서 점심을 먹음. 청도가는 길에 길가에서 복숭아를 샀다. 아직 단맛이 부족했지만 뜨거운 태양아래 앉아있는 할머니에게 뭔가 해주고 싶었다. 한입 배어 물어 보니 맑은 하늘이 모두 복숭아로 보였다.

곰티재를 지나 운문사 방면으로 길을 잡아 운문산 자연휴양림을 찾아감. 운문사 방향과 갈리는 길에서 휴양림 올라가는 약 8-10km길은 지루한 오르막이었다. 민박집, 식당 등 이 너무 많았다.

^[13일] 7.26.2007 – 맑음 – 103.09km = 운문산자연휴양림-운문호-산내-단석산-건천-천북-경주-포항

대체적으로 호수를 끼고 있는 길들은 오르고 내림이 많은 듯 하다. 운문호도 절대 평탄한 길을 내주진 않았다.

산내를 향해 달리는 다리는 한층 힘이 솟는 것 같다.

길가에 있는 평상을 발견하고 좀 쉬어가기로 했다. 낮술에 오수를 즐기시던 아저씨가 이것 저것 물으시며, 자기 집이 바로 앞,,길가 집인데,,지금 바로 옆에 있는 이 나무는 결혼하고서 자기가 직접 심은 나무라고 했다. 지금 큰 딸아이가 스물셋이라고 한다. 묻지도 않은 말을 하며 여름 나기에 안성맞춤인 나무 밑 평상에 누워, 큰 딸 생각도 하고, 흘러가는 세월도 생각하며 여름을 나는 아저씨..

산내에 도착해 중국음식점에서 오랜만에 점심을 먹으며 텔레반에 인질로 잡힌 사람 중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예전의 생활로 돌아온 느낌 이었다. 산내에서 경주로 가는 길에 재를 하나 넘으니 수년 전 매형과 함께 고시공부 할 절집 찾으러 왔던 단석산 입구가 나왔다. 그때의 기억이 잊혀지질 않았다. 결코.

경주에 계시는 주수석 선생님께서 마중을 나오신단다. 경주시내를 통과해 천북을 지나 포항으로 가는 길을 택할 것이라고 전해주고선 마지막 햇살을 받으며 달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낮 기온이 경주가 포항보다 3-4도나 더 높았다고 한다. 경주시내는 열기가 대단했다. 지금까지 거쳐온 다른 도시와 비교하기에 충분했다. 천북을 거의 빠져 나와 강동을 눈앞에 두고 있을 즈음 주수석 선생님이 차를 세우시고 환하게 웃으며 맞이하신다. 늘 경주양반 같고, 학창시절 수석을 놓쳐보지 않았을 주선생님이 나를 또다시 놀라게 하신다. 참 반갑고 고마운 만남이었다. 이미 번개를 쳐서 동경북 회원 몇 분이 저녁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준비까지 마쳐놓으셨단다…

집으로 가는 길에 희망사진관에 들렀다. 팥빙수 한 그릇을 곱게 비벼서 바로 먹을 수 있게 해놓았다가 내민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오랜 세월 동안 사진으로만 사귀어온 분들이지만 늘 그 자리에 이미 노출이 되어버린 한장의 사진처럼 그렇게 있어주는 하홍걸 사장님을 비롯한 사진동무들이 팥빙수보다 더 달콤하고 귀중한 친구들임이 틀림이 없었다.

아파트 1층 입구에서 기다리는 두 아들과 아내를 13일만에 보았다. 늘 가슴한구석에 미안한 맘이 떨쳐지지 않는다. 함께 이야기 하고 뒹굴어주는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한 것이 오늘따라 더욱 맘에 걸렸다. 아내는 늘 너그러운 질투를 감질맛 나게 한다. 시집오기 전까지도 바르게 자랐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늘 언행을 알맞고 바르고 충분히 선하게 하라고 자식에게 가르치는 아내에게서 내가 더 많이 배울게 많다는 생각이 평소보다 많이 들었다. 길 떠난 사람보다 그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에게서 더 많은 걸 배우는 것 같다.

오랜만에 집에서 샤워를 하고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보았다. 주수석, 김찬자, 정종호, 이영분, 이하수회원님이 반겨주셨다. 모두 고마운 분이다. 김찬자선생님이 직접 만드신 사탕메달을 목에 걸어 주실 땐 모두들 감탄했고, 사랑이 바로 길이란 말이 맞긴 맞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찬자선생님은 바로 길이다. 우리 모두의…..

여물지 못한 자두 같은 여행후기를 끝까지 읽어 주어서 무척 고맙습니다..

문득 이 청준의 중편 ‘시간의 문’에서 시간의 문을 찾아가는 주인공 처럼 "그 자신이 어떤 미지의 시간대속으로 사라져 들어가 버리고 싶은 강렬한 자기실종의 욕망"만 남겨준 자전거 여행이었다는 것이 해저(SEABED)깊이 남아있을  저의 심점임을 밝히는 것 또한 힘든 일임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자전거 여행은 힘들고 일반 여행은 힘들지 않다는 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지금 무었을 가졌느냐가 중요 한 게 아니고, 무슨 생각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일의 자전거 여행은 주인공은 누가 될까요?

바로 여러분일 것입니다!

From the Seab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