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앤과 벨기에의 리타회장은 한국에 오기 전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꼭 봐야겠다고 내게 미리 메일을 보내왔기에 통영 총회에서 만난 성사장에게 해인사 템플스테이를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해 두었던 터였다.

 해인사로 간다는 말을 듣고 두 분은 좀 들떠 있었다. 산사에서 하루저녁 자면서 한국 불교의 일면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못 기분들이 좋았다.    

 해인사 종무실로 전화를 해 보니 오늘 4시까지 도착하면 저녁 공양, 6시부터 40분간 법고, 7시 예불, 7시 20분부터 사담, 9시 소등, 9시면 산사의 모든 일과가 끝나고 인적은 어둠의 적막 속으로 들어간다. 다음날 새벽 2시 반 기상, 3시부터 명상, 사찰 순례, 백팔배로 하루의 일과가 이어진다.

 해인사로 출발 전 핀란드와 벨기에에서 귀한 손님 오셨다고 친구 4명과 함께 점심을 잘 먹은 것 까지는 좋았다. ‘봉수대’의 숯불갈비는 이곳 다대포에서는 꽤나 이름 난 곳이어서 한국의 전통 불고기 맛을 제대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하고 차에 오르는 순간 시동이 켜지지 않았다. 헤드라이트를 켜놓은 채 식사를 했던 것이다. 보험사에 연락하여 사람이 와서 시동을 건다고 하더라도 4시까지 해인사에 닫기가 어려울 것 같다. 사태를 짐작한 부산정비의 장형구사장이 즉시 전화를 걸어 직원이 달려와  점프케이블로 스타트를 시켜 주었다.

  남해안 고속도로, 구마고속, 88고속도로로 이어진 길은 소통이 좋았다. 그러나 아무래도 30분 정도는 지각이 될 것 같다. 성재위님에게 전화를 했다.

 “성사장, 우리가 아무래도 한 30분 늦을 것 같아요. 산사로 들어가기 전에 미리 식사를 하고 가면 어떨까요?”

 “전화를 해볼게요.”

 ..........

 “좀 늦어도 괜찮으니 천천히 오시랍니다. 저녁 준비를 해 놓겠답니다.”

 우리는 해인사 입구에서부터 귀빈대접을 받았다. 국립공원 정문매표소에서 보현암 원주스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들은 대로 말하자 입장 티켓 없이 바로 통과시켜 주었다. 해인사사찰 입구에서도 마찬 가지였다.

 해인사 보현암에 도착하여 소개받은 서용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비구니였고 말씨가 너무 조용하고 미소가 여려서 우리의 말씨도 잦아 들 수밖에 없었다. 잠시 법당을 구경하고 오시면 저녁 공양을 준비해 놓겠다고 했다. 스님들은 저녁 식사공양 중이었다.

 부처님을 모신 법당은 명상센터 본관 뒤 산으로 계단을 한 참 올라간 곳에 위치한 7, 8평 되는 작은 법당이었다. 보현암의 대 여섯 채 되는 큰 건물을 앞으로 두고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법당의 이 규모는 아마도 이곳 보현암이 명상 센터(禪房)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내 받은 방으로 들어가자 우리 세 사람을 위한 저녁상이 차려져 있었다. 정갈한 산사의 음식은 호기심과 함께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산나물, 해초, 콩 등의 야채 위주의 식단에 과일이 곁들여 있었다.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음식을 받아 식사를 할 걸로 예상을 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특별 대접이었다.

우리의 얘기가 길어지자 방 밖에서 저녁 예불 시간이 다가 온다는 말이 들려왔다.  서둘러 상을 물리자 도감스님(주지스님)께서 차를 대접하겠다는 전갈이 왔다.

 우리는 주지스님 방으로 갔다. 주지 선운 스님 역시 비구니 스님이었고 조용한 서용스님과는 대조적으로 활달하셨다. 정성스럽게 찻잔을 닦아서 직접 차를 끊이셨다.

 인도에서 수행 중 도감(주지)의 명을 받아 이곳에서 머무신다고 했다. 

 보현암은 비구니 참선 도량으로 30여분의 비구니스님들이 어제부터 동안거(冬安居)에 들었다(結冬)고 했다. 음력 10월 16일부터 1월 15일까지 90일간 구순(九旬) 참선은 여름의 우안거(雨安居)와 함께 불문에서는 가장 큰 행사이다. 우안거는 이 기간 동안에는 혹 곤충이나 개미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초목들이 성장하는 때이므로 탁발에 나섰다가 혹 곤충이나 초목을 밟아 그 성장을 우려한 것도 하안거의 유래라고 하셨다. 이런 참선의 전통이, 많은 현실적인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를 지탱하는 정신적 뿌리임을 말씀해 주셨다.

Rita와 Anne은 많은 질문을 했다.

 “출가 하실 때 부모님과 먼저 상의 하셨나요?”

 “출가한 스님들이 환속한 경우도 있나요? 있다면 그들의 세속에서의 삶은 어떨까요?”

 “이곳은 비구니 스님들만 계신다고 하는데 그분들의 출가 이유랄까 목적 같은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셨나요? 출가의 목적이 무엇일까요?”

 “명상은 무엇으로부터 시작하나요?”

 "명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스님께서는 다람살라에서 차기 달라이 라마로 예측되는 24세의 지도자로부터 사사를 받고 계신데, 이분이 설파하시는 법과 한국 전통 불교적 법과 차이점이 있나요?”

 우리의 얘기는 10시까지 이어져갔고 배정받은 방으로 나가려니 이미 모든 등은 소등이 되었고 어제 보름을 지낸 달빛만이 교교한 빛을 나무사이로 흘리고 있었다. 우리는 달빛 속을 걸었다. 선운 스님과의 대화는 우리의 속에 있는 자아를 생각하게 해 주어 모두들 말없이 달빛 속을 걸었다. 앤은 계속 담배를 피워댔다.  

 배정 받은 방으로 들어오니 보일러는 24도에 맞춰져 있고 간단한 이부자리가 준비되어있다. 서가에는 책이 가득 꽂혀 있는데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정수일 역주, 학고재 발행)을 꺼내 한참을 읽었다.

 723년 20세의 나이로 중국의 광저우를 출발해 수마트라,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파미르고원, 캬슈가르, 쿠차를 8년간 여행한 여행기이다. 세계 4대여행기로 가장 먼저 씌어진 본격여행기이다. 그 시절 그렇게 광범위한 여행을 그처럼 오랫동안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진정 한국인의 기상을 세계에 떨친 참 선구자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새벽 3시, 산사(山寺)의 일과는 침묵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Rita와 Anne은 어느새 일어나서 참선과 108배 법당의 예불의식에 참여하고 있다. 말로만 듣던 먼 동양의 불교, 직접 참여하여 일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나는 카메라용 삼각발을 펼쳐놓고 산사의 아침을 담으려고 계속 셔터를 눌러댔다.

 아침 공양은 5시 55분, 어제 저녁공양을 들었던 방에 아침이 차려져있다. 쌀죽이 주 메뉴이고 약간의 나물반찬이 곁들여 있다. 두 분 외국 손님을 위한 특별한 배려인 듯 슬라이스 치즈가 세 개 올려 져 있는 것이 특이했다. Rita는 흰죽에 손도 대지 않는다. 이유를 물으니, 벨기에에서는 크리스마스 날 쌀죽을 먹는데 노란 설탕을 담뿍 쳐서 먹는다고 한다. 그냥 먹기에는 부담스러운지 치즈 조각만 먹는다. 상을 내가는 후원(後園)담당 스님이 걱정스러운 듯,

 “한 분은 음식에 손도 대지 않았네요!”  

 “괜찮아요. 배려해 주신 치즈로 아침 식사가 됐을 거예요.”

 “도감스님께서 차를 준비하신대요. 도감스님 방으로 가보세요.”

 선운스님은 어제와 같이 따뜻한 미소로 우리를 맞아 주셨고 오늘 아침은 산열매차를 대접해주셨다. 나는 준비한 선물을 드렸고 리타와 앤도 자기 나라에서 가져온  선물과 우리가 준비한 ‘기부금’을 전해 드렸다. 선운스님은 천에 그려진 산승의 그림을 답례하셨고 앤과 리타는 그 그림을 가운데 들고 사진을 찍은 후 서로 가지겠다고 신갱이가 붙었다. 이곳에서 그동안 숨도 크게 쉬지 않더니 이곳 주지 스님의  선물이 이처럼 중요한가 보다. 선운스님께서 그 모습을 보시더니 전화를 하시더니 전화를 받고 가져온 그림 하나를 더 주셨다. 둘은 웃으면서 멋쩍어했다. 내게는 매화 한 폭을 선물해 주셨다.

 엊저녁 이곳 보현사에서는 내가 유일한 남성이었음을 설명을 듣고서야 알았다. 중학생 때 해인사로 여행을 왔을 때 이곳에서 좀 묵어봤으면 했던 소망이 이뤄진 저녁이었다.

 아쉬운 작별 후 우리는 해인사 본찰에서 이곳저곳을 보았고 비디오 안내를 본 후 팔만대장경각으로 갔다. 세계문화유산을 직접 보는 이 두 분이 나보다는 더 감회가 깊으리라. 이것저것 기념품을 내 생각보다는 많이 산다.

 장경각 뜰에 세워져있는 안내판의 영문표기‘Wood Blocks’를 보고 앤이 의견을 제시한다.

 “Wood Blocks로 표기 된 것은 팔만대장경목각판을 제대로 묘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Wooden Blocks,

 Wooden Tablets

 Wooden printing Tablets가 더 정확하지 않을까?“

이건일형이 차를 몰고 해인사까지 마중을 오셨다. 건일형 안내로 고령의 대가야박물관 견학 후 30분 상거에 있는 정경희회원님의 ‘강변풍경’에서 들깨수제비 특식으로 점심을 먹은 후 서로 헤어져 Rita와 Anne은 건일형 댁으로 나는 부산으로 내려왔다. 오는 길에 길을 잘 못 들어 해인사 가까이 다시 갔다가 되돌려 부산으로 왔다. 

Rita와 Anne의 서바스 여정

한국 도착 신종순부부 호스트

통영 2008 연차대회 참석

우포늪 송미령 호스트

부산 김종수 호스트

부산 회원과의 만남의 저녁(부산역, 초량 노블리에뷔폐)

해인사 보현암의 일박(김종수와 함께)

대구정경희 점심호스트

대구회원님과의 만남의 저녁(대구시내 한정식집)

경산 이건일 호스트

경주 주수석 호스트

일산 이사영 호스트

18일 출국 Anne은 헬싱키로 Rita는 헬싱키 경유 브뤼셀로,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고 가시고 국제 서바스 회원님에게 한국을 소개하여 더 많은 서바스 회원님들이 한국을 방문하게 되기를..........

후기: 해인사 보현암의 특별한 경험을 원하시면 창원의 성재위님에게 연락을 해 보세요. 한국 서바스와의 인연이 그리 가볍지 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