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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물고 싶은 인디오의 땅 남미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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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2009-04-23 (목) 13:21 조회:8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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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출내기 회원이 남미 여행기를 올립니다. 예전에 다른 사이트에 올렸던 여행기지만
심심할 때 읽으시라고 올립니다. 딱히 재미는 없으나 쉬엄쉬엄 읽어주시기를....
[리마, 연인들의 공원에서 한국까지 이어진 바다를 조망하며..]
2006년 1월 1일, 신년 벽두부터 나는 또 나그네가 되어 남미로 향했다. 여전히 하늘을 날아
시공을 넘나드는 일은 나를 힘들게 했지만 거기에 가슴 뛰도록 아름다운 별세계가 있음을
알기에 그냥 떠났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무조건 나를 따라 남미와 돈독한 사랑을 나누
겠다고, 절대 말썽 피지않고 조신하게 자알 따라다니겠다고 맹세한 두 지인과 함께....유여사,
정공주 둘 다 배낭여행 왕초보들이지 아마..
뉴욕을 경유, 리마에 도착 짐을 찾는데 이런, 정공주의 가방만 깜쪽같이 사라졌다. 잠시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지나고 공항 관계자에게 짐을 수배하여 숙소로 보내달라는 부탁을 한 후 공항을
빠져나왔다.
뭐 걱정하지 않는다. 아마도 내일 오후쯤이면 그놈의 가방이 지발로 돌아올테니까(정말로 바로
다음날 가방이 숙소로 배달되어 왔다. 요놈이 뉴욕 공항에 패대기 쳐져 있었다나)
숙소에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리마 탐방에 나섰다. 구시가지 신시가지 엄청 걷고 또 걷는다. 착한
초보자들, 처음이라 그런지 군 소리 않고 잘도 따라다닌다.
구시가지, 듣던대로 잽싼 손들이 많은가보다. 경찰이 지나가는 나를 부르더니 카메라와 소지품을
조심하라고 일부러 일러준다. 내가 누군줄 알고 흥! 당당한 척 하면서도 어느새 카메라는 사선으로
고쳐메고 바지속의 복대는 더 깊은 곳으로 밀어넣고 눈은 요리조리 굴리면서 주변을 마구 경계하는
자신을 발견, 몇 분간 그 짓을 하다가 갑자기 우스운 생각에 눈은 제 자리에 갖다놓았다.
사람들이 너무 정겹고 친숙해보여 외려 미안한 생각이 드는걸.
리마에서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사람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은 아무나 붙잡고 무턱대고
손을 잡고싶을만큼 우리네 이웃같은 생각이 든다.
점심, 드디어 먹거리와의 전쟁을 시작한다. 경험이 풍부한(?) 나야 이것 저것 아무거나 잘 먹는다.
실은 잘 먹는다기 보다는 살기위해, 여행을 위해 맛 있는건 맛을 음미하며, 맛 없는건 특별한 맛이라
생각하며 정말 고약한 음식은 배를 채워야 살아 돌아가니까 먹는다.
그런데 유여사와 정공주는 어째 걱정이다.
우선 익숙한 것부터 들이대어볼까? 거리 가게에서 빵과 요구르트, 환타로 점심을 떼운다. 저녁은
세비체(페루의 전통 해물 요리)를 주문하였으나 반도 못 먹는다. 맛있는 세비체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었으나 아무래도 식당 선택에 실패했나보다.
숙소에서 커피 한잔으로 입가심을 하고
짐을 잃어버린 정공주에게 제일 예쁜 팬티와 잠옷용 느슨한 티를 제공했다. 셋이 한참 웃었다.
그 와중에도 예쁜 팬티를 주장하는 정공주가 웃긴다. 짐을 몽땅 잃어버린 사람으로서 너무 여유
만만이다.
[나스카 차우칠야 공동묘지, 유여사와 정공주의 제법 전문가다운 발걸음]
1월 4일 오전에 차우칠야 공동묘지를 찾았다. 넓은 사막에 흩어져 있는 백골들이 어쩌면
겁날 듯도 하지만 오히려 잠시 묵념 후 안녕하세요? 인사도 건네본다.
예전에는 사막 여기 저기 수 많은 유골들이 흩어져 있었지만 일부 몰지각한 여행객들이
두개골에 선글라스도 씌우고 모자도 씌우면서 마치 장난감처럼 유골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바람에 지금은 싹 정비를 해놓았다. 아예 그들의 손길이 닿지 않도록 사진에서처럼 방을
만들어 안치를 했다고 한다.
우리보다 훨씬 앞선 세상에 살다가 지금은 하얀 백골이 되어 사후 세계를, 우리와 또 다른
의미의 동시대를 살고 있는 그들이어서 예를 다하여 존중하고 싶다. 한낱 생명 없는 백골일지
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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