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머물고싶은 인디오의 땅 남미 3 - 쿠스코

김현숙 2009-04-23 (목) 14:47 조회:875

다시 한번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계곡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누군가 소리를

지른다.'콘도르--"

버스 기사가 차를 멈추고 모두 차에서 내려 아득한 하늘을 올려다 본다.

목을 쭈-욱 빼고 실눈을 뜨니 내 눈에도 높이 날고 있는 콘돌이 보인다.

고산병에 안즉 머리는 흔들거리고 속은 메슥메슥 하지만 그래도 볼건 봐야겠다.

정말 아득한 하늘 저 높이 콘도르가 카리스마 비행을 하고있다.

마치 이승을 구경 나온 저 세상 새처럼 신비감 마저 드는구나.

고산병으로 헤롱거리는 유여사와 내게 일본, 유럽 혼혈인 여자가 불쑥

고산병에 좋다는 알약을 주며 내게는 또 건강을 보호해준다는 일본식의

부적까지 손에 쥐어준다.

고마운 마음에 손을 잡으니 '나는 일본인인데 괜찮습니까?라고 묻는다.

왜냐고 물으니 '일본과 한국은 사이가 좋지않으니까'라고 대답하는데 순간

기나긴 양국간의 역사적인 사건들이 확 뇌리를 스친다.

아마도 이 사람은 뭔가를 알고 있는듯 하다. 한일간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심 없는

많은 일본 젊은이들과는 달리 말이다.

내가 말했다.

지금은 여행중이고 우린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콘도르를 같이 본 여행친구가 아니냐.

아름다운 한 순간을 함께 나눈 여행동지로서 우린 친구가 될 수 있다.

한국인형 핸드폰 악세사리를 하나 선물하니 그녀 역시 좋아한다. 손잡고 웃으며 같이 사진을

찍었다. 이 사람도 내 기억속에 오래 남아있으리라.

[쿠스코 골목길의 12각돌, 열두달을 뜻한다는 설도 있고 잉카제국 12왕족을
뜻한다는 설도 있다.
정공주, 나는 그대의 사진을 이렇듯 완벽하게 찍어줬건만 그대는 나의 사진을
12각을 조각내어 예의 없는 사진으로 맹글었겠다?]

야간 버스를 타고 새벽 6시에 쿠스코에 도착, 숙소를 찾았다. 아직 방에 입실은

할 수없고 방이 비기를 기다리는 동안 피곤에 쩔은 몸을 긴 의자에 축 늘어지게

걸쳐놓는다.

두통과 시끄러운 속은 진정이 많이 되었지만 춥고 배고픔에 잠까지 쏟아붓는다.

사정을 말하고 방에 들어가 휴식을 취한 후 오후 1시 40분 근자에 보기 드문 핸섬한

가이드를 만나 투어를 시작한다.

잉카의 돌들과 흔적들은 입을 꽉 다문채 마치 그들을 그대로 놓아두지 않고 마구 짓밟은

침략자들을 원망하듯 말없이 남아있다.

그 옛날 침략자 스페인 사람들은 잉카의 성스러운 땅을 더러움으로 물들이면서

잉카의 문화위에 그들의 교회를 짓고 잉카인들의 억울하고 원통함을 땅에 묻은채

자신들의 안식처를 건설했다.

스페인 침략자들은 코리칸차(태양의 신전)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견고하고 정교한 석벽과 그 석벽위에 20cm 이상의 폭으로 금띠를 둘러놓았는데

놀라기만 하고 말면 될것을 그 금을 모조리 캐어 스페인으로 보냈으며 또 신전을

허물고 자신들의 교회를 지어버리고 말았으니 아! 힘없는 자의 억울함이여 원통함이여

힘있는 자의 한정 없는 무지함과 뻔뻔함이여.

쿠스코 거리 여기 저기에 남아있는 잉카의 석벽들을 아쉬운 마음으로 쓰다듬는다.

배고픔 앞에서는 남의 슬픔도 반감되는가?

한참 잉카의 멸망을 슬퍼하며 그에 대한 토론을 하다가 저녁시간임을 감지한 다음

세 여자 갑자기 걸신으로 돌변한다. 대성당 근처 한국식당,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김치찌개로 배를 채운다. 정신없이 머리를 박고 암암리에 서로를 견제하며

그렇게 저녁을 해치웠다.

다시 아름다운 쿠스코 밤거리, 길가 벤치에 나란히 앉아 가증스럽게도 좀 전의 걸신스러웠던

모습을 싹 지우고 유식한 척 사라진 잉카문화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JongmanBae 2009-04-24 13:02	책으로 내면 대박 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