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스코의 둘째 날

어제의 핸섬가이는 다른 팀을 인솔해 가고 우리는 다소 구수한 생김새의 아저씨를

따라간다. 우째 이런 불상사가.. 

세 여자, 제 나이는 생각 않고 핸섬가이를 지나치게 아쉬워한다. 이미 다른 이의 남자가

되어버린 그를 쿨하게 보내야만 하거늘 그를  같은 장소에서 맞닥들일라 치면 주책스럽게도

늙고 곰삭은 미소로 아는척을 한다. 

쿠스코 근교의 유적지를 찾아 하루종일 투어를 한다. 쿠스코 동쪽의 요새 삭사이 우아만,

바위를 깎아 만든 켄코유적, 쿠스코 북쪽 요새 푸카푸카라, 성스러운 샘물이라는 탐보마차이,

그 외 계곡들, 쿠스코에서 30km 거리에 있는 피삭, 성스러운 계곡의 중심 오얀타이탐보,

친체로 마을 등등

몇 줄의 글로 이 유적지들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어찌 다 표현하겠는가?

그저 혼자 느끼고 감탄하고 놀라기를 하루종일이다.

 
[마추피추, 마추피추를 발견한 하이램 빙엄보다 '여기서 평생 일을 하는

내가 더 행복하다'는 가이드 아저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쿠스코 3일째,

아침 6시 열차를 타고 마추픽추로 향한다.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창밖의 지나가는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갑자기 얼굴이

일그러진다. 습한 땅 더러운 풀들이 엉켜있는 곳에 개 한 마리가 죽어있고 그 개를

뜯어먹는 개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뭐라고 할까? 처참하기까지 한 그 광경에 그만 눈을 감아버렸다. 갑자기 현실이란 뭔가?
행복은 뭔가? 가난과 굶주림은 뭔가? 

여기 좋은 기차를 타고 창밖 가난한 주인들을 외면한 채 그들의 고고하고 신비한 역사를

구경 가는 기차 안 손님들은 현실이 펼쳐져 있는 저 곳의 모습들을 조금이나마 생각은 하고

있는가?

죽은 개와 살아 있는 개를 보며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냥 슬프다.

열차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가슴 설레임을 정말 찐하게 느끼며 마추픽추, 그곳으로

가까이 다가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 신성한 공중도시를 가득 메우고 있다. 내가 과연

여기 발을 들여놔도 될까?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오매불망 오고자 애썼던 마추픽추에 

 첫발을 들여놓는다.

농지관리인이 거주했던 소박하기 짝이 없는 집을 필두로 계단식 밭이 펼쳐져 있고 물긷는 곳,

능묘, 태양의 신전, 왕녀의 궁전 신성한광장과 세 창문 신전, 해시계, 장의석과 묘지, 귀족

거주지역 등등 잉카인들이 아직도 밭을 갈고 창을 통해 얼굴을 내밀어 낯선 우리들을 빤히

쳐다볼것만 같다.

계단식 밭은 수백, 수천명의 잉카인들이 죽 늘어서서 농사를 짓는 모습을 상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리는 엽서 속으로 들어간다.

한 명씩 교대로 엽서 속 여인이 되어 멋진 작품으로 사진 속에 들어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