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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물고 싶은 인디오의 땅 남미 15 - 산티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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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2009-04-23 (목) 15:47 조회:7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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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계곡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온 몸이, 밖으로 나와있는 신체의 모든 구멍이
모래로 그득하다. 눈, 코, 귀, 입....
'죽으면 평생 잘 잠, 고마 뒤비자고 일나라'
어릴때 많이 들었다. 가끔씩 우스개 소리를 잘 하시는 우리 친정엄마가 자식들이 잠을 못이겨
할 때마다 들려주신 말이다. 그런데 형제들 중 유독 나만큼은 잠이 없었다. 늘 한밤중까지
혼자 분위기 느끼며 음악도 듣고 시집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다락방에서 책을 읽으며 그 책속의 장소들을 찾아 상상의 나래를 폈던 내 어릴적 그 소중한
시간들이 없었다면 오늘 나는 이런 아름다운 여행을 할 수 없었겠지.
그러다 잠이 들곤 했는데, 그 덕분에 늘 아침은 굶고 학교를 갔다. 헐레벌떡 알찬 종아리가
더욱 더 튼실해진 시기가 그 때였나보다.
오늘 그렇게 힘든 일정을 마치고서도 이렇게 잠 자기가 아깝고 또 쉬이 잠이 오지않으니,
아니 여행 내내 깨어있는 잠을 자고 있으니 이러다 탈나지 않을까?
하지만 다음날은 또 힘찬 발걸음이 내디뎌지니 아마도 타고난 체질인가 보다.
세계 최대의 '추키카마타' 광산이 있어 세계에서 오는 광산관계자들과 비니지스맨들이
찾아오는 활기찬 도시 '칼라마'
광산도 못보고 잠만 자기에는 너무 아까운 칼라마의 밤,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음악을 감상하는 것도 여행의 일상 중 멋진 하나가 아닐까? 칼라마 밤거리 우린
그의 음악을 감상하고 사람들은 우릴 감상하고..
여행준비를 하면서 바보같이 미처 챙기지 못한게 있었으니 바로 '추키카마타 광산'의
휴일이다. 우리가 찾은 날은 토, 일요일 바로 광산의 휴일이다.
일행 중 유여사는 사회과 교사인데 사회책에도 이 광산이 나오므로 아이들에게 광산
사진을 찍어 수업시간에 보여주고자 했다는데.....
교사들인지라 한정된 시간에 맞춰 계획된 여행을 해야하므로 여기에 하루 더 머물
여유가 없다. 내일은 항공편으로 산티아고에 가야한다. 이미 항공권은 예매가 되어있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여유있는 여행을 하고싶다.
굳이 일정을 맞추지않아도 되는, 그래서 여차하면 하루 이틀 더 머물 수 있는 그런 여행.
아!.................아쉽다.
칠레 산티아고의 김양중씨와 그 가족, 운좋게 만난 이분들은 알고보니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하신 분이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도착하여 숙소를 찾으며 기분좋은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피곤해하는 두 사람을 길에 세워놓고 혼자 적당한 숙소를 찾기위해 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언니'하고 다급히 부르는 소리가 났다. 놀라 뒤돌아보니 웬 칠레 아저씨가
두 사람을 끌어당기고 있는게 아닌가?
놀라 '왜그래?"하며 뛰어가니 이 아저씨 무턱대고 '킴?'하고 묻는다.
아니 이 아저씨가 내 성씨를 어떻게 알았대? '예스 아엠 킴'하고 대답하니 아저씨
이번에는 나를 붙잡고 자꾸 같이 가잔다. 가만히 보아하니 나쁜 사람같지는 않고
뭔가 일이 있나보다 하는순간 아파트 안으로 데꼬 들어간다.
셋이서 '아-! 여기가 바로 아파트 숙소라는 덴가 보다' 하고, 1박에 얼마냐? 뜨거운
물은 나오느냐? 물으니 자꾸만 알 수없는 말을 하며 무작정 잡아당긴다.
두 사람은 약간 걱정하는 듯 하지만 괜찮다며 내가 아저씨 따라가서 방을 한번 보고
오마며 따라 올라갔다.
아저씨 어느 집 문을 두드리니 안에서 청아한 여자 목소리로 '누구세요?'하는 말이
들리며 문이 열렸다. 나는 놀라고 이 아주머니 역시 '어머 무슨일이세요?'하며
놀란다.
여기가 바로 김양중씨 댁.
어찌된 일인고 하니. 내가 숙소를 찾기위해 몇 걸음 옮기는 순간 몹시 피곤했던 유여사가
길 옆 벽에 기대섰는데, 자신도 모르게 그 어깨가 벽에 붙은 벨을 눌리게 되었고, 벨 소리를
들은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아파트 철문을 여니(이 곳 아파트는 한국하고 달리 입구에 대문이
있고 방문자들은 대문에 붙은 벨을 눌러야 들어갈 수 있단다. 도둑때문이라고..) 동양여자들이
서있고 아저씨 눈에는 이 아파트에 사는 유일한 한국인 김양중씨댁에 찾아오는 한국 손님이라고
단정 지었던것이지.
이렇게 우린 약속도 없이 운 좋게 이 댁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되어 몸 둘 바를 모를 따뜻한
친절과, 목메어 그리워했던 김치찌개와 밥, 집에서의 반찬보다 훨 맛있는 음식들에 정신없이
코를 박고 먹을만큼 큰 대접을 받았다.
숙소가 정해지지 않았으면 자신의 아파트에서 지내라며 자신의 집은 근처에 따로 있고
이 아파트는 형님이 쓰시던 집인데 형님은 지금 한국에 계시니 세 사람 편하게 지낼 수
있다며 기꺼이 집을 내주셨다. 얼마나 황송하고 감사하고 눈물나게 고마운지 몰랐다.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이스터 섬인데 이스터에서 돌아와서도 여기서 지내고 가라며
기대하지 않았던 2차 친절을 베푸셨다. 당연히 우리는 그렇게 했다.
물론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으셨다. 진심으로
떠나올 때 우리식의 인사로 몰래 감사의 표시를 하고 오긴 했지만 너무나 약소했다.
그 먼 칠레땅에서 삼겹살 푸지게 구우시고 향기로운 와인에 고실고실 뜨거운 김이
나는 쌀밥과 된장찌개 지어 먹게해 주셨으니 게다가 편안한 침대까지.....
또 있구나, 이스터에 갈 때 라면도 가져가라셨지요. 가져갔습니다. 염치불구하고
감사히 가져갔습니다.
여행을 하면 사람이 왜 이렇게 얼굴이 강철판이 되는지..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진한 동포애를 볼리비아 수크레에 이어서 여기서도
가슴 가득히 느꼈습니다. 하시는 사업 잘 되시고 무조건 부자되시고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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