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머물고 싶은 인디오의 땅 남미 18 - 아르헨티나 멘도사

김현숙 2009-04-24 (금) 08:40 조회:954

산티아고 김양중씨 댁에서 다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 일찍 아르헨티나로
향한다. 우리의 마지막 여행지 아르헨티나, 우선 국제 버스로 포도주의 도시
멘도사로 향한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늦지않게 버스터미널에 도착했건만 버스 출발 20분전에야
우리가 엉뚱한 터미널에 와 있다는걸 알게되었다. (국제버스가 출발하는 터미널이
두 곳이어서 잘 알고 움직여야 한다).

일사분란 택시를 잡아타고 스페인어 책자를 뒤져 겨우 기사아저씨와 의사소통 성공,
버스 출발시간 5분후에 도착했는데 이미 마음속으로는 낭패났다 생각하면서도 일말의
희망을 버릴 수 없었다.
택시가 도착하는 순간 터미널에서 두 대의 버스가 이미 출발하고 있었다. 어느 버스인지
알 수가 없었으나 이미 저멀리 가버린 한 대는 포기하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두번째
버스앞으로 뛰어가 무조건 버스를 세웠다.

버스기사 아저씨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보고 버스 안 사람들도 놀란 토끼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멘도사?'하고 외치니 '멘도사'하고 대답한다. 차장이 내려와 버스
짐칸에 우리 짐을 싣고 빨리 타라는데 왜 이리 다리가 떨리는지..

좌석이 비어있었으니 우리 자리에 앉아 막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려던 외국인 한쌍이
사뭇 기분나쁜 표정으로 자기네 자리로 간다.
짜슥들, 우리가 앞자리 앉을라고 어제 미리 예약해둔 자린데 기분나쁜 표정은 왜 지어.

어쨌거나 저쨌거나 한바탕 소동을 치르는 통에 볼일을 미처 못봤다. 시간이 갈수록
방광은 아파오고 차창밖으로 지나가는 안데스의 웅장한 풍경도 속내가 편하고 볼일이지
그리 편히 감상할 형편이 못된다.

혼자 외국남자 하고 앉았던 유여사, 얼굴이 노래져서는 장시간 과묵하게 앉아오더니
버스가 국경에 도착하여 바깥 바람 쐬러 일어서는 옆 남자에게 드디어 첫마디 한다는게
"바뇨(변소)?"라고 하는바람에 그 와중에 정공주와 나는 한참 웃었다.
너무 소변이 급해서 남자가 화장실 가는줄 알고 급한 마음에 물어봤다고....

졸지에 이름이 '바뇨'가 되어버린 그 남자 미처 유여사 말을 못알아 들었으니 망정이지
생면부지 아시아 여자가 내내 입다물고 있다가 한마디 한다는게 '바뇨'였으니 알아들
었으면 얼마나 우스웠을까?

유여사 덕분에 이름이 '바뇨(변소)'가 되어버린 남자

2시간여의 입국심사가 끝나고 다시 버스는 달리고 달려 아르헨티나의 첫 방문지
멘도사에 도착했다.
포도주생산지로 유명한 이곳에서 푹 쉬고 우리는 다시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갈것이다.

멘도사 '보데가(포도주공장)' 투어.
포도주 생산 과정을 둘러보고 포도주를 시식하고 있다.

마시는 액체는 물, 커피, 술 만 마시는 나는 특히 포도주를 좋아한다.
시식용으로 나온 포도주를 내것과 술을 잘 못하는 두 사람 몫까지도 다 들이켜버렸다.
알딸딸....

우리나라는 애주가의 나라, 그 먼 멘도사에서 '코리아'로 수출하는 포도주 더미를
발견, 대견(?)스럽게 웃으며 포즈를 취한 정공주.

거대한 포도주 저장통. 저장을 시작한 연도가 표시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