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중동여행 10 - 가슴 벅찬 시나이산 일출

김현숙 2009-06-04 (목) 15:03 조회:904

시나이산 일출, 괜히 경건한 마음.... 여기 어디쯤에서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을텐데..

오후 1시에 떠난다던 배가 밤 8시에 출발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 무질서, 혼돈... 늦게 출발하는 것도 모자라 승객들에 대한 슬로우 보트 관계자들의 몰상식한 행동에 더욱 분통 터진다. 외국인들의 여권을 아무런 설명없이 무조건 압수(?)하여 나중에 도착하고 찾으라는데 이해할 수 없다.

스코틀랜드 기리암은 언성을 높이며 왜 여권을 너희들이 가지느냐고 눈을 부라리며 따진다. 그러나 눈이 더 튀어나올 듯 붕어눈알 같은 승무원은 되려 큰 소리로 "당신 너무 말이 많고 나는 이미 너무 많은 말을 했으므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매우 불손한 태도로 기리암을 무시하니 성질 급한 우리의 기리암 더더욱 흥분한다.

겨우 진정시켜 객실로 들어 왔으나 우리 다 같이 분통 터짐을 실감하며 씩씩거린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집트에 도착한 뒤 이집트 입출국 사무소 관계자에게 여권과 우리 외국인 들이 같이 인계되어 입국심사를 받게 하기위한 나름대로 외국인을 위한 처사였다.

그러나 그들의 고압적인 자세에 심히 불쾌함을 느꼈고 배가 도착한 후 이집트측 비자발급 절차에 또 한번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배에서 내려 우리의 여권을 가진 한 사람을 따라 복잡하고 공기 탁한 길을 무거운 짐 이고지고 걸어서 한참을 따라가니 허름한 사무실이 있고 거기서 또 한참을 기다려 비자발급 받고 또 이 부두를 빠져나가도 좋다는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 부두 정문안에서 한참을 기다려 겨우 웬수같은 배와 완전히 작별을 할 수 있었다. 밤은 깊어질대로 깊어졌고..

우여곡절 끝에 승합차를 대절하여 그 유명한 휴양도시 다합으로 향한다. 다합에 도착하니 시간은 이미 새벽 3시 (1월 16일) 몸은 곤죽이 되어 지칠대로 지쳐있다. 그나마 방이 없어 이리 저리 뛰어다녀 보지만 방은 쉬이 구해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한국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세븐헤븐을 찾아갔다. 역시 방이 없어 아침까지 기다리란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아침까지 이 호텔 식당바닥에서 노숙 아닌 노숙을 하기로 한다.

춥고, 피곤한 몸과 마음, 그러나 이쯤이야......

나는 사람들이 여기서 즐기는 스노쿨링, 스킨스쿠버.. 같은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물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결정적으로 물 공포증이 있는지라 아예 바닷물에는 발가락 하나도 담그지 않았다. 요르단 사해에서도 손가락 상처를 핑게로 물에 들어가지 않았던 내가 아닌가?

절대 빠져 죽을 염려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기 다합에 온건 오로지 시나이산 등반과 세상 모든 일출 중에 가장 아름답다는 시나이산 일출을 보기위해서이다.

아침에 방 배정을 받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 다음 그야말로 푸------우----------ㄱ 쉬고
밤11시에 출발하는 시나이산 등반투어를 떠났다. 다합에서 시나이산까지는 두시간이 좀 넘게 걸렸다보다.

히터장치가 없는 이곳 차들은 밤에 이동할 때는 사람 딱 미치게 한다. 엄청 차가운 바람이 허술한 차창으로 마구 불어들어오는데 그나마 기사는 줄담배를 피면서 운전석 창문을 활짝 열고 달리니 사람도 아니다. 저 사람은 몸 전체가 히팅시스템인가?

어쨌든 달려서 시나이산 아래에 도착했고 새벽 2시가까이부터 산을 오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을 손전등으로 비추니 희미하게 보이는 작은 풍경이 벌써 색다름을 느끼게 한다.

승합차 기사는 7시까지 차로 돌아오라고 하는데 참으로 웃긴 인간이다. 산을 오르는데 3시간 넘게 걸리고 일출이 06시 40분 정도에 시작된다는데 무슨 7시까지 차로 돌아오란 말인가?
이 아그 보래? 우리가 무슨 축지법을 쓰는 동양도사로 보이나? 들은척도 않고 코웃음을 치며 산으로 향한다. (호텔 지배인을 통해 예약을 했는데 그는 10시까지 차로 돌아오면 된다고 했다).

가슴 설레이며 시나이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밤이라 보이는건 손 전등에 의해 보여지는 희미한 등산로와 낙타들을 데리고 호객행위를 하는 낙타와 몰이꾼들 그리고 군데 군데 서있는 간이 매점의 불빛,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볼거리는 고개를 조금만 제끼면 눈 가득이 들어차는 빼곡한 밤하늘의 별들, 와디럼 사막의 밤 만큼이나 아름다운 별천지다.

조금 산을 오르다 무릎에 이상이 생겼다. 아고! 늙으면 서럽지. 같이 오르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않기 위해 하는 수없이 낙타를 대절(?)한다. 그런데 이 선택이 정말 내게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낙타의 등 위에서 우아한 낙타부인이 되어 안장에 부착된 담요로 온 몸을 감싸고 이리 흔들 저리 흔들 낙타가 움직이는대로 몸을 맡기며 산을 오르는데 앞에는 손톱만큼이나 작은 전등불(불을 비추면 낙타가 놀라기때문에 거의 보이지 않는 전등을 켠다)을 들고 고삐를 이끌며 이국적인 낙타몰이 아저씨가 터덜터덜 낙타를 이끌고 나는 가끔 목이 아프게 하늘을 올려다 보며 별밤을 즐긴다.

길 가장자리로만 걷는 낙타가 약간 겁이 나기도 했지만 나의 이 시나이산 등반 광경은 나름대로 참 낭만적이다. 너무나 친절한 낙타아저씨는 춥지않느냐? 불편하지 않느냐며 계속 나의 상태를 걱정하는데 나는 낙타를 탄 주제에 마치 금마차라도 탄 것처럼 뿌듯한 마음으로 편히 몸을 낙타에게 맡기고 아저씨의 친절에 매우 공손함으로 대답하며 즐겁게 산을 오른다. 아! 정말 이런 낙타 등의 낭만을 언제 또 맛볼 수 있겠는가? 쏟아지는 별은 더 이상 받을 수 없을만큼 내 주위를 가득 채우고도 계속 쏟아지고 또 쏟아진다.

아쉽게 낙타 등의 낭만은 끝이 나고 정상 바로 아래 매점에서 같이 간 사람들을 만난다. 일출을 보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 매점 안에서 추위를 녹이며 침낭을 뒤집어쓰고 담소를 즐긴다.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올라온다.
뜨거운 물을 팔고 먹을 것들과 기념품을 파는 이 시나이산 매점의 청년들은 관광객이 많고 장사가 잘 되서 그런지 매우 귀티가 나 보인다.

어? 사람들이 배낭을 뒤져서 컵라면을 꺼낸다. 단체로 온 한국사람들은 모두 컵라면을 가지고 온게 아닌가? 음! 우리만 몰랐군, 여기서 끓인 물을 팔고 그 댓가로 컵라면을 받든지 돈을 받든지 한단다. 아고 억울하다 진작에 알았으면 우리도 라면을 들고 오는건데...

남들 먹는 라면을 애써 외면하며 침만 꼴깍 꼴깍 삼키는데 우리 동족들 너무한다. 여기 있는 매점 주인이나 같이 온 가이드에게는 남는 라면을 주면서 우리에게는 하나도 줄 생각을 않는다. 야속하다. 우리는 한민족인데. 으흐흐흑. 아! 라면을 눈앞에 두고도 먹을 수 없는 이 고통을 당신들은 아는가 말이다. 으-------- 꼴깍!

울엄마가 예전에 나 어렸을 때 하신 말씀 중에 " 시상에 젤로 추접은기 넘 머 먹는데 이-래 모가지 쭉 빼고 불쌍하게 치다 보는기다 알겄나?" .................

꾸미기

minseonB 2009-06-08 23:54	진짜 재밌어요 ㅋㅋㅋ

JongmanBae 2009-06-25 18:14	맞습니다..먹는 것 가지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을 때, 그 난처함!!! 문제는 부산(경상도) 사람 빼고 "시상에 젤로 추접은기 넘 머 먹는데 이-래 모가지 쭉 빼고 불쌍하게 치다 보는기다 알겄나?"를 해석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