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나에게만 보였던 미얀마의 삶들 (바)

설성룡 2010-03-03 (수) 15:31 조회:1574

잉와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다. 아침 7시부터 건물 옥상에서 먹을 수 있다.

뽀파산을 가기 위해 아웅을 일찍 만나기로 했기에 우리도 아침을 일찍 먹었다. 과일을 먼저 주고 토스트를 준다. 커피 믹서의 커피는 별 맛이 없다. 오히려 보온 물병에 있는 차가 더 낫다. 숙박비에 아침 식사가 포함되어 있으니 잘 챙겨서 먹어야 한다.

아웅이 몰고 온 택시다. 약 2시간여를 달려 뽀파산에 도착했다. 도로 포장은 비교적 잘 되어 있었지만 엉덩이에게 말할 수 없이 미안하다. 한적한 길이다. 우리 차만 열심히 달리고 있다. 아웅은 포토 포인트에 우리를 내리게 해서 사진을 찍게 배려를 해 주었다.

저런 돌산 위에도 인간은 그 신앙의 위력을 발휘한다. 비록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고급종교의 관점에서는 한낱 미신일지 몰라도 민간신앙(무속)도 엄연히 인간의 삶의 세계를 지탱하는 현실적인 강력한 힘을 행사한다.

오히려 인지심리학적 관점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종교일지라도 모든 종교의 근원은 무속이라고 본다. 즉 우리 인간의 궁극적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서 종교는, 한 인간이 해결하고자 해도 인간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궁극적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절대적 힘을 가지고 있다고 전승되는 대상을 믿음의 대상으로 지정하고 그 대상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절박한 믿음의 결정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절대적 힘을 지닌 추상적 실체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만 있다면 불타면 어떻고, 기독이면 어떻겠는가? 그러한 역현적 종교(力顯的 : kratophany)의 현실태가 뽀파산 정상에 존재하는 저 사진 속의 대상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일찍 도착하여 헐떡이며 올라갔다가 빨리 내려왔다. 아웅이 말하기를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늦게 가면 제대로 구경을 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내려오는 중에도 많고도 많은 사람들이 한 가득 가슴 속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안고 이곳을 힘겹게 오른다.

바간으로 돌아오는 길에 필수로 들리는 미얀마 전통주 ‘탕이’ 만드는 곳이다. 주인 아저씨는 술을 권하지만 아내가 맛만 보았다. 대나무로 만든 의자에 앉아 보니 너무나 편안하고 안락했다. 우리는 괜찮은 손님이 아니었다. 술을 만드는 과정이나 술 자체에 관심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주인 아저씨가 원액으로 만든 과자를 주어서 삼천짯을 드렸다. 과자의 달콤함보다 서로가 씁쓸하다.

한적한 도로가를 우마차 한 대가 먼지를 날리며 지나간다. 아마 온 곳으로 돌아가는 중이리라. 나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 우리 인간도 저렇게 먼지를 날리며 온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리라. 여행자의 마음에 먼지가 일어난다.

차들을 잘 볼 수 없는, 그렇다고 가까운 거리에 마을도 보이지를 않는데, 저 분들은 또 어디로 가시는 것일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다시 냐웅우로 돌아왔다. 사진관이 눈에 띄었다. 이곳 저곳으로 다니면서 미얀마의 삶들을 담는다.

냐웅우 시장 안의 모습이다. 여기는 온갖 잡화들이 가득하다. 여기서 바나나 한 묶음을 샀는데 아직 덜 익어서 맛이 영 아니었다. 채소와 과일들은 옆 넓은 곳에서 팔고 있었다.

채소들을 흥정하고 있는 아낙들. 싱그러운 채소들만큼이나 싱그러운 삶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곳은 냐웅우 시장의 바로 앞인데 블루택시 및 트럭버스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이다. 아마 이곳에서 인근의 각 지역으로 사람과 물건들을 수송하고 있는 것 같다. 뽀파산 가는 것도, 바간 기차역 가는 것도 이곳에서 착한 가격으로 흥정할 수 있을 것이다.

병원도 있다. 사진 속의 아저씨가 있는 가게가 만달레이 가는 기차표를 대행해 파는 곳이다. 기차표는 10달러인데 대행료를 1달러 받고, 달러에 흠이 있거나 글등이 적혀 있으면 절대로 받지 않는다. 잉와의 오른편이 냐웅우 시장이고, 이곳은 잉와의 왼쪽 즉 양곤에서 오는 버스정류장 쪽인데 잉와에서 2~3분 거리이다.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찾은 이곳은 레스토랑 거리이다. 레스토랑이 길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냐웅우 버스 정류장 맞은 편에 이러한 골목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분은 몇 없을 것이다. 론리에는 이곳이 소개되어 있다. 이곳은 론리에 소개되어 있는 미얀마에서 가장 유명한 몇몇의 식당 중 하나인 아로마투가 소개되어 있어 책속의 지도를 보고 찾았던 곳이다. 아로마투는 이 길의 끝에 위치해 있다.

뉴헤븐 게스트하우스 들어가는 곳이며 그린위치호텔 바로 앞이다. 인도 음식 전문점이었는데 명불허전이었다. 맛이 없으면 돈을 받지 않겠다는 말대로, 론리가 추천하는 음식점이라는 자부심이 과연 허튼 것이 아니었다. 바간에 가시는 분들은 꼭 한 번 들리기를 권한다. 가격도 두명이 육천짯 이내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어두어진 길도 이젠 아는 길이니 저녁을 맛있게 해결하고 잉와로 여유있게 돌아왔다.

내일은 만달레이 기차를 타기 위해 6시 30분까지 바간역으로 가야 한다. 잉와에서 육천짯으로 택시를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비싼 것인가 싼 것인가를 이젠 생각하지 말자. 잠을 청해 본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떠 오를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