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쉔양에서 태운 버스는 밤새워 달리고 달려 어둠이 아직 깔려 있는 양곤 아웅밍글라 버스 정류장에 내려 놓는다. 쉔양에서 오후 3시 무렵에 출발하여 14시간 정도 걸려 새벽 5시 무렵 도착했다.

 낮에 버스를 타니 차창을 통해 눈에 풍광이 들어 온다. 아웅반에서 버스는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여기까지는 고지대의 평평한 길이나, 껄로를 지나고부터는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내려 간다. 산길을 돌고 돌아 위태위태한 좁은 비포장 도로를 하염없이 내려 간다. 주위의 풍광은 그저 그만이다.

 아! 이 길을 나는 한 번 지나갔구나! 한계령이구나! 설악동을 출발한 1973년 고등학교 2학년인 나는, 구불구불 그 자체였던 비포장 한계령을 넘어 서울로 향하고 있었구나! 아! 그 길이구나! 형편상 보낼 수 없다는 어머니를 조르고 졸라, 겨우 친구들과 함께 했던 수학여행! 어머니 가슴을 갈가리 찢어 놓은 줄도 모르고,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강릉까지 가서 설악동을 들어가 친구들과 밤새 담배도 피워 보고 술도 마시고 노름도 하며 그 황홀한 일탈을 나는 무척이나 즐거워 했을 것이다.

 왜 내가 수학여행을 갈 수 없는 지를 도무지 몰랐던, 왜 어머니가 돈이 없는 지를 몰랐던, 아니 어머니의 그 처절한 슬픔을 몰랐던, 그때 철부지 아들의 수학여행을 보내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존심을 버려 가며 남들에게 돈을 빌리며 자신의 삶을 비통해 하였을 나의 그 거룩한 그때의 어머니보다 나이가 더 들은 내가 왜 고등학교 때의 수학여행이 이제 지금 이곳에서 왜 떠오르는가? 무엇 때문에, 왜, 왜 떠 오르는가?

우리는 
예전을
잊기도 하고,
떠올리기도 한다.
더 더욱 잊어야 하여야 하고,
더 더욱 떠올려야 한다.
잊어야 할 것을 떠올리거나,
떠올려야 할 것을 잊어버리는
우리는....

 우리가 타고 온 버스회사는 새벽에 내린 고객을 위해 트럭버스를 통해 양곤 중앙역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를 해 준다. 우리도 현지인들과 함께 트럭버스를 타고 양곤 중앙역에 내렸다. 오늘 하루는 센트럴 호텔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택시를 잡아 타고 가니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더블룸 30달러에 하루를 묵기로 하고 짐을 풀어 놓는데, 그곳에 장기 투숙하고 있는 어떤 연세가 드신 한국분의 도움을 받아 호텔에서 아침도 해결하고, 양곤을 둘러 볼 준비를 한다. 우리는 땀웨에 있는 문베이커리를 들러 쉐다공파고다를 간 다음 깐도지 호수를 둘러 보기로 한다.

 쉐다공 안의 그림이 그려진 탑

 미얀마의 불심들-1

 미얀마의 불심들-2

 미얀마의 불심들-3

 미얀마의 불심들-4

 미얀마의 불심들-5

 미얀마의 불심들-6

 문베이커리를 택시를 타고 찾아 갔다가 주인장과 잠시 회포를 풀고 다시 택시를 타고 쉐다공을 들렀다. 기사가 데려다 주는 문을 통해 들어가 두리번 거리고 있으니 입장료를 받으려 관리인이 우리를 잡아 세운다. 1인 3달러다. 어떻게 알고 찾아 왔을까? 귀신이다. 주탑은 보수 공사 중이다. 이곳저곳을 찾아 다니다 시원한 그늘에서 눈을 붙였다. 깐도지 호수로 나가는 문을 물어서 쉐다공을 나와 깐도지 호수로 간다. 찻길을 건너 깐도지 입구로 들어가니 외국인 입장료 2달러를 내라고 한다. 깐도지 내에 있는 가든 비스토에서 점심을 해결하며 휴식을 취하다가 깐도지 팰리스 호텔로 간다. 

 깐도지로 가는 길가

 입장료 표지판

 깐도지-1

 깐도지-2

 깐도지-3

 그림같은 그림

 호수를 산책해 보니 대낮에도 우산이 나무 사이로 많이 있다. 연인들이다. 
 

 가든 비스토

 멀리 보이는 건물들

 가든 비스토를 나와 미얀마 음식을 잘 한다고 론니에 소개된 팰리스 근처의 미얀마 식당(sandy`s myanma cuisine)을 찾기 위해 깐도지 팰리스 쪽으로 걸어 가 본다. 나무로 만든 다리로 된 길을 한참이나 걸어 가도 팰리스 호텔 건물만 보이고 건너 갈 수가 없다. 운동복 차림으로 맞은 편에서 걸어 오는 미얀마 아줌마에게 팰리스 호텔을 가는 길을 물으니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 옆으로 빠져 나가라고 한다. 팰리스 호텔에 들어가 안내 직원에게 그 식당(이름이 기억나지 않음)을 물어 보니 안내 직원이 땀을 흘리며 식당의 전화 번호를 알아 내어 전화를 걸어 본 결과 이제는 그 식당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호텔 안의 식당을 갈까하다가 그린 엘리펀트라는 식당을 론니에서 본 기억이 있어 직원에게 물어보니 택시를 타고 가면 금방 간다고 한다. 우리는 그린 엘리펀트로 가서 미얀마의 마지막 저녁을 먹어 보기로 했다. 호텔 앞에서 택시와 흥정 삼천 짯에 가기로 한다. 큰길로 가다가 골목길로 한 이십여분 가니 골목길 안에 식당이 있다.

 그린 엘리펀트

그린 엘리펀트 입구의 소품들

 이 곳에서 우리는 물경 팔천 짯 상당의 음식을 먹었다. 훌륭한 식당이었다. 식당의 종업원에게 여기서 버스를 타고 술래파고다로 갈 수 있는 방법을 물으니 골목길을 나가면 큰 길이 있고, 위쪽으로 가면 버스정류소가 있는데 거기서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한다. 이미 날은 어둑어둑 했지만 시내 버스를 이용해 보고 싶은 심정에 버스를 타기로 한다. 계산을 하고 나오려는데 종업원이 종이에 미얀마 글자로 무언가를 적어 주면서 아무나에게 보여 주면 알아서 해 준다고 한다.

 길을 나서서 곧 버스 정류장을 찾았고, 마침 정차하는 버스의 차장에게 종이를 들이대었더니 오케이를 연발 웃음을 한 가득 우리보고 타라고 한다. 술래파고다를 가느냐고 “술레파고다”하고 끝을 높여 말하니 오케이, 오케이 한다. 현지인들 틈을 비집고 뒤에 있는 자리까지 마련해 주었다. 조금 있으니 더 편한 앞자리로 우리를 오라고 한다. 현지인이 그 자리에 앉으려 하다가 우리에게 양보해 준다. 조금 쑥스럽다. 이백 짯이다. 생생 달린다. 양곤은 비교적 시내 버스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 것 같다.

 술래파고다 버스 정류소에 내려 세꼬랑 거리를 찾아 보려고 밤길을 걸어 간다. 세꼬랑은 찾지 못했지만, 늘어선 상점 주위 길가에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댄다. 노점상들도 거리를 지배하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들을 부대껴 본다. 저들은 나를 모르고 나는 저들을 모르지만 저들은 나를 쳐다보며 웃음을 날려 주고 나도 웃음을 보내 준다. 미얀마의 밤은 깊어 간다. 우리의 여정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센트럴 호텔을 나와 양곤 공항으로 오천 짯으로 택시를 타고 간다.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미얀마 여행을 되새김질 한다. 다름을 찾아 떠나 같음을 확인한 여행이었다. 여행 내내 서로 의지가 되었던 아내도 미얀마를 정리하는 모양이다.

 손을 살폿 잡아 본다. 미얀마를 서로의 가슴에 담고 서로의 사랑을 눈에 담고 손을 다시 굳게 잡아 본다.

 양곤 국제 공항

 공항 내부

 공항 내부의 기념품 가게

미얀마여 안녕!
미얀마의 삶이여 안녕!
미얀마가 진리가 아니라 진리가 미얀마가 되는 그날에 내 다시 찾으리!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