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바스

쿠바 여행기

박상준 2010-07-24 (토) 08:36 조회:1186

4월 19일 부터 5월 12일 까지 25일간 쿠바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본 쿠바는 사회주의 속에서도 자본주의의 물결에 거세게 일어나고 있었고
체 게바라는 소중한 존재인 한편에서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 디자인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으며
반미주의는 서서히 잊혀져 젊은 이들은 나이키 운동화 한 켤레 그렇게 미국을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쿠바 시가는 예나 지금이나 외화 벌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길거리에서 외국인들에게 불법으로 시가를 팔기위해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쿠바의 이미지 실추에 일등 공신입니다.

하지만 더 들여다 보면 또 다른 더 진실된 쿠바를 볼 수 있습니다.

저렴하지만 질 좋은 럼으로 만든 쿠바 리브레와 모히또 같은 맛 좋은 칵테일이 있고,
밤낮없이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따라가면 자연스레 몸을 흔드는 사람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른이나 아이 할거없이 살사춤을 추는 모습은 멋지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밖에 없네요.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섬의 다른쪽 끝에 있는 제2의 도시 산티아고 데 쿠바까지 25일 동안 여행하면서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비아술 버스부터
현지인들 중에서도 돈이 없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트럭버스까지 온갖 교통수단을 다 이용했어요.

기본적으로 쿠바는 소련의 붕괴이후 외화벌이 수단으로 관광자유화를 실시하면서
외국인 전용 화폐를 발행하게 됩니다.
CUC라고 표기된 이 화폐는 현지인 화폐 CUP의 24배 인데
미국달러와 가치는 비슷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CUC를 사용하는데
저는 CUC보다 CUP를 더 많이 이용했죠.
CUC는 약 1,200원, CUP는 약 50원입니다.

게다가 출발부터 남달랐던 이 여행을 조금 소개할까 합니다.

Start

Part 1 개요

멕시코를 여행하면서 몇몇 여행자들을 만났을 때마다 이구동성으로 쿠바 예찬을 늘어놓았다.
다른 중남미 나라들과는 다르다고..
그래서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던 쿠바를 일주일 정도 가려고 하다가
좋다는 사람을 만날 때 마다 일주일이 늘어서 결국 25일을 다녀오게 되었다.

그 중 아주 좋은 정보는 쿠바 공짜로 가는 방법이었다.
쿠바에 들어갈 때 현지인들은 짐 검사가 심하고 세금을 많이 물리기 때문에
옷가지 등 생필품을 가지고 갔다고
나올 때는 시가를 가지고 와서 전해주면 세금을 제외한 비행기 티켓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쿠바는 보통 방 1개에 2명까지 잘 수 있는데 혼자가나 둘이가나 방 1개를 빌리기 때문에
동행인이 있으면 이래저래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해서 동행인도 생겼다.

멕시코 깐꾼에서 보통 왕복 250달러인 비행기 표를 받고
멕시코 출국세 21$, 쿠바 여행자비자 포함 각종 수수료 500페소, 쿠바 출국세 25$를 지불한 다음
커다란 캐리어 2개를 들고 쿠바에서 경비와 작은 배낭만 가지고 아바나 행 비행기를 탔다.

미국인들은 쿠바에 가지 못한다.
그리고 쿠바 비자가 여권에 찍혀 있으면 미국 입국 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서
여기서 다른 나라에는 없는 쿠바 여행자 비자를 따로 사야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훨 낫다.

쿠바에서는 총 25일 동안 아바나, 산타 클라라, 씨엔푸에고, 트리니다드, 산티아고 데 쿠바, 바야모, 씨에고 델 아빌라를 거쳐서
아바나로 돌아왔다.

혼자 쿠바 여행 시 25일 동안 항공료 포함 약 100~150만원이 든다고 하지만 나는 약 60만원이 들었다.
그래도 먹는건 잘 먹고 다녔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여행자 전용인 비아술 버스를 이용하지만
나는 비아술을 비롯한 불법택시, 내국인 전용 버스인 아스트로, 기차, 페리, 마차, 트럭을 개조한 버스,
게다가 몇몇 곳에서는 히치하이킹으로 트럭과 올드카를 타고 다니기도 했다.
트럭버스는 철로 만든 좁고 길다란 의자가 4줄 있는데 60명이 앉을 수 있다.
서서 가는 사람도 있으면 70~80명도 탄다.
물론 걸리는 시간은 일반버스의 두배가 넘지만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나름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어떤 때는 병아리가 잔뜩 든 박스가 3박스 들어와서 세 시간 동안 삐약삐약 소리를 들으면서 가기도 했다.

특히 쿠바에서는 아주 잘 먹고 다녔다.
쿠바 사람들은 혁명을 통해서 의료, 교육, 스포츠 3가지는 얻었지만
아침, 점심, 저녁은 잃었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그리고 다들 쿠바에서 먹거리는 별로 였다고 하는 것이다.
길거리 음식의 대표주자인 치즈피자와 핫도그를 보면
치즈피자는 정말 치즈와 토마토소스 만 얻어있는데 그마저도 많은 양은 아니어서 입이 심심하다는 것이다.
핫도그는 더 해서 빵에 소세지만 넣어서 판다고 한다.
많은 까사 파티꿀라르(숙소)에서는 숙박비에서 세금을 많이 떼기에 아침, 저녁을 강권한다.
그래서 해 먹기도 쉽지 않다고 해서
고육지책으로 서른 봉지의 라면과 도미노 피자에서 얻어온 한 보따리의 케첩을 가지고 갔지만
결국 라면은 서너번 끓여먹었지만 케첩은 작은 봉지에 든거 딱 2개만 먹었다.
왜냐하면 매일 같이 고기덩어리, 밥, 야채샐러드가 있는 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가격은 약 1,000원에서 가장 비싼 건 3,000원 정도였다.
가격이 싼 이유는 현지인들이 드나드는 식당이었기 때문이고
하지만 위에 언급한 CUC로 밥을 먹으면 보통 7~8천원이고 돈 만원은 쉽게 나간다.

그렇게 쿠바에서 잘 먹고, 잘 다니면서 다녔다.

Part 2. 잊지 못할 추억

열흘은 셋이서 나머지는 둘이서 다녔는데
둘이 다닐 때 바야모라는 도시에서 아스트로(내국인 전용 버스) 표를 간신히 구했다.
비아술은 둘이 22CUC지만 아스트로는 5CUC였다.
원래 3CUC가 조금 넘지만 나머지는 커미션으로 나갔다.
2시간 정도 기다린 다음 버스를 타러 가는데 개찰구에서 저지를 당하고 결국 못 타게 되었다. ㅜㅜ
그 결과 그 날 떠나지 못하고 다음날 떠나게 되었는데
터미널 옆의 병원을 지나가다가 A형 간염 접종을 할 수 있는지 물어 봤을 때
다음 날 오면 맞을 수 있다고 했는데 하루 더 머물러서 공짜로 A형 간엽 접종을 하게 된 것이다.
같이 다닌 형은 1차, 나는 2차 접종을.. 한 번에 6만원이 넘는데 완전 땡 잡았다.

아바나의 유명한 장소 중 하나는 말레꼰(방파제)이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워한 바람을 맞으며 긴 말레꼰을 걸기도 하고
가다 지치면 그 위에 앉아서 쉬기도 한다.
많은 연인들이 그 위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많은 가족들이 그 위에서 휴식을 즐기며,
많은 여행자들은 그 위에서 추억을 만든다.
그리고 주말 낮에는 수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이들은 다이빙 삼매경에 빠져서 누가 멋지게 뛰는지 경연대회라도 펼치는 것 같다.
물론 나도 동참해서 앞으로, 뒤로, 옆으로 몇 번은 뛰면서 놀았다.

길에서 파는 수 많은 간식거리들은 지금도 생각만 하면 군침이 돈다.
에스프레소, 케이크, 과일을 갈아서 우유와 설탕을 넣은 음료수,
사탕수수 즙 등 수 많은 맛의 음료수 그리고 아이스크림
이 모든 것이 단돈 50원, 조금 비싸면 100원이다.
특히 코펠리아라는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는 항상 긴 줄 때문에 30분에서 1시간은 기다려야 하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을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
아이스크림 퍼는 기계로 5개 퍼서 담아도 250원이다.

쿠바에서 흥겨운 음악은 언제, 어디서든지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음악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의 피는 진한 살사 음악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

Part 3 느낌

쿠바에서는 누구도 서두르는 사람이 없다.
승객을 잔뜩 태운 버스기사는 지나가는 길에 자기 집에 들려서 먹을거를 가져오기도 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상점, 버스정류장,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도 천천히 기다리고 순서대로 이용한다.
그 느림은 불편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표정은 너무나 여유롭다.

해가 떨어지고 밤이 되면 문 앞에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그저 멍하니 하늘을 처다보는 사람들이 많다.
네온싸인이 점령한 한국의 길과는 다소 대조적이다.
물론 늦은 시간까지 문은 연 곳도 거의 없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부모 그리고 자식들이 같이 살아가는 가족 공동체이고, 이웃 공동체다.

더 가지길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
꿈 많은 젊은이들은 다소 힘들어 하지만
현실에 굴하지 않고 꿈을 이뤄나가길 바랄 뿐이다.
그게 다소 어렵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쿠바는 생소하기도 하지만
거기도 다 같은 사람이 사는 평화로운 곳이었다.

eunkooLee 2010-07-24 15:07	한시대를 살아가는 모든것은 같은 호흡을 하면서 살아 갑니다. 오직 정치인들의 이념과 어리석은 욕심 때문이지요. 그 욕심들 때문에 어렵게, 또는 편하게 살다 갈 뿐이지요. 지옥과 천당을 만드는 것은 정치인들의 사욕들이 낳은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어느나라든 이러한 사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곳이 바로 천국이라 할 것입니다. 건강조심하시고 목적한바 이루시길 바랍니다. 서울회원 이은구

sangjunePARK 2010-07-26 00:33	《Re》이은구 님 , 사욕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는 없으니 천국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겠죠. 하지만 욕심이 경쟁을 가져오고 사회 발전을 가져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것 같습니다. 그래도 개인이 욕심은 버리면 천국은 그 개인의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sungkilKIM 2010-07-26 12:20	진솔된 먼 큐바 여행기 잘 읽고 갑니다. 어디를가나 그나라의 독특한 문화가 존재하고 이방인은 그 독특한 문화를 알고 배우러 가는 하나의 여정이라고 생각됩니다. 먼 곳의 소식까지 알려주어서 감사합니다. 대구 회원 김성길입니다.

Eogmasal 2010-08-31 15:36	몇년 전 멕시코의 칸쿤에서 쿠바를 바로 옆에 두고 다른 곳으로 떠났던 일이 생각나네요. 글을 읽고 나니 더욱 아쉬움이 남네요. 꼭 한번 가 보아야 겠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